베트남엔 신앙서적이 턱없이 부족하다. 출판의 자유가 없어 종교서적의 번역이나 발행이 어렵고 저작 활동에 많은 제한이 따른다. 필자도 선교 현지에서 책과 교육 자료를 출간했지만 정부 허락을 받기가 심히 어려웠다. 성도들이 좋은 책을 읽고 영적으로 성장하도록 책을 리뷰하고 추천하는데, 얼마 전에 리뷰 했던 책 한권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계적인 교회사가였던 Earle E. Cairns는1943년부터 1977년까지 시카고 휘튼 대학에서 35년 간 교수겸 역사학자로 일하면서 역사신학 분야에 관한 탁월한 저서를 많이 남겼다. 본서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시간God and Man in Time’은 기독교적 역사 이해를 목적으로 저술된 것으로 그의 대표 저작 중 하나이다. 본서의 부제는 ‘사료 편찬에 관한 기독교적 접근’이다. 이 부제는 기독교 역사 이해에 필요한 내용들을 포괄적으로 설명하려는 저작 의도가 드러나 있다. 본서에서 저자는 누가의 역사관을 설명하면서 (눅1:1-4) 역사를 대하는 바른 자세를 주문했다. 즉 역사 연구 방법은 과학적으로, 해석은 철학적으로, 표현은 예술적으로 해야 하며, 기독교 역사 이해도 이렇게 접근하라고 주문했다. 기독교적 역사 이해와 방법, 역사서술 방법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저자는 역사의 본질, 소재, 방법들을 설명하면서 고대, 중세, 현대의 역사가들과 역사 철학, 역사 해석 학파들에 대해서도 상세히 조명했다. 본서 말미에 현대적이며 기독교적인 역사철학과 문화적 예술가로서의 역사가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저술 목적에 대한 답과 결론도 보여주었다.
서문에서 역사의 성격을 이야기하면서 역사의 정의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여 여러 의미로 쓰인다고 했다. 역사는 과학적 방법으로 연구된 문서와 자료에 근거하여 사건들을 해석한 문자적 재구성이라고 정의했다. 단순한 과거사건의 기록인가, 과거에 관한 정보기록의 연구인가, 해석적 재구성인가, 혹은 저자의 과거 이해에 대한 예술적 재진술인가 하는 것을 밝히는 것이 역사라고 하면서 과학, 철학, 예술 등 세 파트로 나누어 설명했다. 먼저 Part 1에서는 과학으로의 역사를 논했다. 눅1:1-4에서 누가는 역사의 핵심적인 요소들을 역사의 과학적, 철학적, 예술적인 면으로 제시했다. 누가는 그의 자료들의 성격을 밝히면서 예수님의 생애에 관한 기사를 저술한 사람들에 대해 언급했다. Part 1의 1장에서 역사 자료를 강조하면서 역사 연구는 가설을 세우고 그에 해당되는 자료 수집과 분석 후에 나오는 ‘원리와 규칙의 조직적인 체계’로 정의했다. 2장에서는 역사가의 연구 방법에 대해 발견된 것들을 분류하고 해석할 때 원본에서 데이터로 가는 과정에 실수나 변조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자료의 중립을 요구했다. 자료의 출처와 완전성에 대한 비평적 검토로서 외적비평, 내적비평, 고등비평과 하등비평을 통해 문서와 저자의 확인, 사실적 확증과 진술의 확인을 통한 신빙성, 확실성, 진실성을 다룬다고 설명했다.
Part 2에서는 철학으로서의 역사를 다루면서 3장부터 고대와 중세의 역사가들을 소개했다. 고대 근동의 역사물들은 초자연적, 유신론적 성격이 있고 이집트, 티그리스, 이스라엘 등의 역사 기록이 주요 자료이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들로는 역사의 아버지라 불린 헤로도투스, 과학적 역사의 아버지라는 투기디데스 등을 거론하면서 줄리어스 시이저의 ‘갈리아 전쟁의 주석’, 리비의 ‘로마역사’, 타키루스의 1세기 원수 정치 시대에 대한 연대기와 역사들, 수에토니우스의 ‘시이저의 삶’과 같은 고대 로마 역사가들의 저술을 소개했다. 한편 초대 기독교 역사가들의 예를 따랐던 중세의 아인하르트, 장드조인빌, 성 루이, 말메스베리, 장 푸와르싸르트, 이분 칼둔과 같은 역사가들의 업적도 보여주었다. 4장에서는 현대 역사가들을 조명했다. 1350년 이후 부터 교훈적, 도덕적 역사해석을 지양했는데 이는 하나님의 역할을 축소시킨 인본주의의 영향이다. 역사를 과거 회상과 호기심 정도로만 취급했다. 르네상스 역사가들은 그리스와 로마의 역사에, 종교개혁 역사가들은 기독교인의 과거에 관심을 두었다. 종교개혁 역사가들은 객관적, 세속적인 역사에서 주관적, 신학적, 하나님 중심으로 돌아섰다. 계몽주의 역사가들은 17세기 과학혁명과 이성에 의해 발견되는 자연법을 강조했다. 과학적 역사가들은 ‘역사는 과학’이라는 견해를 가지고 과학적 방법으로 역사를 대한 반면, 미국 역사가들은 하나님을 역사의 중요한 동인으로 믿었다. 이어지는 5-7장에서는 역사해석 학파들과 역사 철학을 조명했다. 역사가들의 견해나 인생관에 따라 역사 자료의 의미가 부여된다고 하면서 역사 자료의 변조 가능성, 편견과 불완전성을 이야기했다. 역사 철학은 1756년 볼테르에게서 나왔는데 연구 결과의 통합과 배후의 원리에 의한 역사 과정을 체계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였다. 즉 막스에게는 물질, 헤겔에게는 절대정신, 기독교 역사가들은 하나님이 궁극적 원리였다. 한편 모든 역사와 자료를 성경 계시와 연관시키려는 기독교적 견해로 역사 철학이 발전됐다. 한편 복음주의 철학은 진보를 인간 수고의 열매로서 보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의 결과로 보았다. 하나님이 모든 소망의 근거였다. 8장은 현대적이며 기독교적인 역사철학을 소개했다. 올바른 역사 해석은 역사의 과학적 요소와 신적 요소들의 의미를 함께 인정해야 하며, 역사의 한계, 범위, 진로와 구도가 하나님의 통제 하에 있다고 바울은 믿었다. 하나님이 모르는 어떤 것도 자연과 역사에 일어나지 않는다. 하나님의 시간과 계획 속에서 주권적으로 그의 아들을 통해서 역사에 개입하신다. 역사의 최종적 성취 혹은 해법이 그리스도께 있다. 역사에 대한 마지막 해법은 그리스도의 재림에 있다고 했다.
Part 3에서는 예술로서의 역사를 설명했다. 9장에서 역사 기록시 문체보다는 정보의 정확성 바른 인용, 각주들에 주의를 요구했다. 역사 연구는 사실과 해석을 구분해야 한다. 기독교 역사가들은 성경적 유신론적 입장에서 도덕적 의미와 교훈 및 통합적인 해석을 필요로 했다. 역사는 교훈적, 교육적 가치가 있고, 인간을 과거와 연결시켜 현재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있다. 과거를 통해 현재에 대한 시각과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의 특성과 성과와 한계를 보겠다. 본서는 기독교적 역사 이해를 목적으로 저술되었다. 시대별로 주요 사상가들을 정리하고 그 역사를 중요도에 따라 다루었다. 당대의 중심 사상들의 내용, 정치, 문화, 사회, 종교관이 어떠했는지 보여주면서, 기독교적 관점으로 세계사의 흐름과 이해를 설명했다. 역사 이해에 대한 기독교적 관점을 깨닫게 했는데 특히 성경이 보여주는 과학, 철학, 기술로서의 역사를 보게 했다. 오늘의 역사를 조명하고 해석하면서 그 위치와 의미를 통해 교회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해주었다. 또한 고대, 중세, 현대의 역사를 르네상스, 종교개혁, 계몽주의, 낭만주의, 현대과학의 시대별 역사관을 보게 하면서 사상가들과 역사서의 주제를 설명했다. 한편 이 책의 한계를 본다면 역사 연구의 여러 부분이 비기독교 차원에서 정리되어 있었다. 역사적 배경과 의미보다는 역사의 이해 방법과 내용들에 더 집중했고, 교회 역사를 인물 중심적 주장으로 치우치게 했다. 그리고 역사를 어떤 문학적 종류로 보고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만 소개해서 구체적인 역사의 내용을 이해하기엔 부족했다. 그러나 이 책은 기독교적 역사관으로 세계 역사를 이해하려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큰 선물이다. 책을 읽으면서 성경적이고 기독교적 역사관을 갖고 있었다고 막연하게 믿고 있었던 필자의 부족을 깨닫게 했고, 구체적인 역사 방법과 기독교 역사관을 심어 주었다. 역사는 한 시대의 기록이며 미래의 방향을 읽게 해준다. 그러므로 역사는 인생의 스승이다. 특히 성도들에게 기독교 역사는 신앙의 발자취를 보는 중요한 일이다. 기독교 역사와 세상의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뜻과 섭리를 보는 것이다. 교회사에 대한 관심과 바른 해석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역사를 대하고 해석하는 출발점을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안필립 목사
예수교 대한성결교회
베트남 선교사, 교회개척, 고아원
마약자 재활원 & 신학교 운영
2011년 –현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