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경제 1분기 0.3% 역성장…불황 가시화

2011년 3월 이래 첫 마이너스 성장, 연간 GDP 1.4% 상승

“2009년 9월 이래 가장 느린 연간 경제 성장률”

산불과 코로나 피해를 입은 호주 경제가 3월분기(1-3월) 0.3% 역성장을 기록했다. 이는 2011년 이후 9년만에 처음있는 마이너스 성장이다.

코로나 봉쇄 규제로 사실상 경제 마비 상태였던 6월분기(4-6월)의 마이너스 성장을 가정하면, 호주 경제는 2분기 연속 역성장을 의미하는 불황(recession)에 빠질 것이 확실시된다. 호주는 29년 전인 1991년 6월에 마지막 경제 불황을 경험했다.

호주통계청(ABS)이 3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3월분기 호주 경제는 서비스 소비 지출 붕괴와 주택건설 부진 등으로 0.3% 하락하며 연간 1.4% 상승했다. 호주 경제가 분기 마이너스 성장한 것은 최근 100년 동안 4번째이며, 2011년 3월 이후 처음이다.

  • 자유재량품과 서비스 지출 3.9% 하락…교통서비스 12%↓

3월분기 생필품 지출은 0.6% 늘어났지만 자유재량 품목(discretionary goods)과 서비스 지출이 3.9% 급락했다. 가계소비(-1.1%)는 물론 기업투자(-0.4%)도 하락했다.

특히 사업장 폐쇄와 이동금지 규제로 교통서비스업(-12%)과 호텔 카페 식당업(-9.2%) 및 의류와 신발류(-8.9%)가 치명타를 입었다. 그나마 정부지출이 늘어나며 국내총생산(GDP)을 0.3%포인트 상승시켰다. 수입이 6.2% 감소한데 힘입어 순무역수지도 성장률을 0.5%포인트 끌어올리는데 기여했다.

성장률 하락의 가장 큰 단일 요인은 민간수요 급락으로 국내총생산을 0.8%포인트 끌어내렸다. 주별 최종 민간수요는 NSW가 -1.5%로 최대 하락했다. 노던테리토리 -1.2%, 남호주 -1%, 빅토리아 -0.1% 순이었다. 반면에 ACT(1.2%), 서호주(0.9%), 퀸즐랜드(0.6%)는 상승했다.

총가처분소득이 늘어나고 지출이 줄어들면서 호주 가계 저축률은 3.5%에서 5.5%로 증가했다. 소득 증가는 정부의 고용유지보조금(JobSeeker)이나 산불 피해자 지원금과 같은 사회복지혜택이 6.2% 급등한데 기인한다.

6월분기 역성장 감안하면 29년만의 첫 불황

ABS 수석경제학자 브루스 호크만은 코로나 대유행의 충격이 본격화하기 전에 경제가 급락했다면서 “이는 국제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9월 이래 가장 느린 연간 경제 성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조시 프라이덴버그 연방재무부 장관은 호주의 3월분기 경제성장률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9.8%, 프랑스 -5.8%, 독일 -2.2%, 영국 -2.0%, 미국 -1.3% 등의 1분기 성장률을 거론했다. 한국은 -1.3%를 기록했다.

모든 경제학자와 연방재무부, 호주중앙은행은 호주의 6월분기(4-6월) 경제가 1930년대 이래 최악의 실적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권상진 기자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