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우리를 환영하고 존중한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더는 호주에 어떤 식으로든 기여하고 싶지 않다”
임시 이민자 신분인 아코스 씨와 마리나 씨는 호주에서 지난 4년간 서빙을 하고 슈퍼마켓에서 진열대를 채우며 치열하게 살았다. 하지만 코로나 19 사태 이후 정부에서 어떤 지원도 받지 못하고 영주권 획득이 불투명해지자 그간 꿈꿔왔던 ‘호주 드림’을 포기하고 캐나다로 이주하기로 했다.
멜버른에 거주하는 마리나 씨는 SBS News와의 인터뷰에서, “저는 학비도 냈고 이 국가에서 일하며 세금도 냈다. 할 수 있는 일이란 일은 다 했다. 이 국가에 단돈 한푼 이라도 달라고 요구한 적도 없다. 호주 정부는 임시 이민자들을 착취하고 있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50만 명 이상의 임시 비자 소지자들이 코로나 19 사태 이후 호주를 떠났으며 영주권 취득의 경로가 갈수록 좁아지고 코로나 19사태 동안 정부의 부족한 지원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다른 국가로의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 이민 에이전트에 따르면 호주와는 다르게 유럽과 캐나다는 임시 비자 소지자들을 반기는 분위기이다.
아코스 씨와 마리나 씨는 영주권 취득을 할 수 있다고 믿으며 2017년 헝가리에서 호주로 이주했다. 아코스 씨는 호주가 찾는 직업군에 속하는 라이선스를 가진 회계사이다. 하지만 이 커플이 호주에 도착했을 때 각각 석사 학위를 소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코스 씨는 호주에서 두 번째 석사 학위를 취득함) 해당 직종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었다. 전직 기자였던 마리나(35) 씨는 2020년 1월에 사무직을 구할 때까지 서빙을 하고 아코스 씨는 저녁에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이후에 코로나 19사태가 터지자 마리나 씨의 시프트는 일주일에 하루로 줄게 되었다.
지난 4월 연방 정부가 잡키퍼 수당 정책을 발표한 후, 실업률은 6.4%로 전년 대비 5.2%에서 증가했으며 이로 인해 고용주들은 임금 보조금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임시 비자 소지자들을 해고하는 경우가 많았다. 작년 8월에 발표된 전국 설문조사에 따르면, 임시 비자 소지자들의 65%는 경제적으로 한창 힘들 때 일자리를 잃게 되었으며 이 중 39%는 기본 생활비를 충당할 수조차 없었다고 응답했다. 당시 스콧 모리슨 총리는, “스스로를 경제적으로 부양할 수 없는 임시 비자 소지자들은 고국으로 돌아가는 게 좋을 것이다” 라고 발표했다. 마리아 씨는 스콧 모리슨 총리의 해당 발언을 통해 정부가 자신과 같은 임시 비자 소지자들을 지원해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최근 졸업생 비자로 호주에 체류하고 있는 아코스 씨는 독립기술 이민 비자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자신과 마리나 씨가 더 영주권을 받을 수 없게 됐음을 깨달았다. 이 커플은 최근 캐나다에서 영주권 초청을 받은 상태이며 가족들을 방문하기 위해 헝가리에 잠시 머물렀다가 2022년에 캐나다로 이주를 할 예정이다. 마리나 씨는, “영주권 신청이 받아들여졌을 때 우리를 만나지 않고도 환영해주는 나라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캐나다에 가면 더 이상 다른 국가로 떠날 필요없이 그곳에서 평생을 살 수 있게 된다니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캐나다는 1980년대 이후 지속해서 많은 이민자를 수용하고 있으며 2021년에는 401,000명에게 영주권을 초청한 상태이다. 이는 작년 호주의 160,000명의 2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캐나다 정부는 또한 임시 비자 소지자에게 재정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편 호주는 올해에 초청할 이민자 수가 3만 6,000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지난 40년간 가장 낮은 수치이다.
한남길 기자 info@koreannew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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