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 인터뷰 – 서강석 전 코트라시드니무역관장

“호주 500대 기업에 진입할 수 있는 한인기업이 나와줘야 한다.”

“호주 내륙진출 투자 사업, 지방경제 살리고 한국인 청년 취업”
“한국도 호주처럼 예측가능한 시스템 갖춰야 해외 투자 몰릴 것”


“한인사회도 영어와 호주 문화에 익숙한 2-3세대까지 내려간 현실에서 이제 호주에 토착화된 한인 대기업이 나와줘야 합니다. 호주 500대 기업에 진입할 수 있는 한인기업이 나와줘야 합니다.”
지난 3년간 코트라 시드니 무역관장으로 근무하고 지난 1월 29일 본사로 귀임한 서강석 관장은 호주 한인사회의 발전 방향을 이렇게 제시했다.
지난 1월 24일 코트라 시드니무역관에서 만난 서 과장은 “많은 한인 기업들이 식당, 청소 등에서 성공적으로 사업하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2-3세대까지 왔으니까 호주 500대 기업에 진입할 수 있는 한인기업이 나오고 사업도 다변화 돼야 한다. 대기업 나와서 한인사회에 기여하고 한인사회 살리는 역할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 과장은 총 31년 코트라 근무 기간 중 해외에서 3분의 2를 근무했다. 이집트, 레바논, 이라크, 뉴욕, 케냐, 호주 등 해외 6개 무역관에서 약 20년 근무했다. 그는 “마지막 근무지인 호주가 지구상에서 가장 살기좋은 나라인 것 같다. 근무해서 영광이고 보람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 한국 청년들에게 영주권 패키지 제공해 내륙 경제 활성화시켜야”
서 관장은 자신의 가장 큰 업적으로 호주 내륙진출 투자 사업을 꼽았다. 이는 그가 2017년 취임 인터뷰에서 ‘호주에서 새로운 서부를 개척해 보고 싶다’던 포부의 일환이다.
“한국과 호주가 상생할 수 있는 분야가 호주 내륙에 투자 진출하는 것이다. 특정지역에 토지를 구입해서 10개년 계획으로 개간한다. 이를 통해 대기업들은 새로운 먹거리를 만들고, 호주 지방 경제도 살리고, 한국 청년들이 취업해서 살면 일거삼득이다. 정부가 도로 건설하고 청년들 위한 집단 기숙사 지어주면 된다. 양국 정부는 양해각서(MOU) 체결해서 한국 청년들에게 영주권 패키지 제공하면 내륙에서 한국인 집단 거주지 형성돼 활성화 될 것이다. 호주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상생의 투자를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내륙투자 진출 좌담회를 열었다. NSW 주정부 공무원과 의원, 대기업 지상사, 호주 교포 등을 불러서 난상토론을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NSW 주정부가 주관하는 지방투자사절단에도 2회 참가했다. “첫번째는 4일간 팍스(Parks), 더보(Dubbo), 오렌지카운티를 돌았다. 지난해 10월에는 리베리나 머레이 지역을 방문했다. 호주 지방이 갖고 있는 상당한 투자 잠재력을 볼 수 있었다. 한국 기업들이 지금까지 광산에 많이 투자했는데 이제 농수축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지난해 롯데가 호주에서 15번째 큰 농장인 퀸즐랜드 샌들우드 비육장을 매입했다. 다른 기업들도 농축산, 수산양식, 가공분야 등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면 좋을 것 같다.”

● “한국 기업들, 이제 호주 농수축산업으로 투자 확대해야”
그가 NSW 더보 지역 네로마인(Nerromine)시장과 합의한 드론농업기술센터(Drone Agritech) 건립 양해각서(MOU) 체결도 적지 않은 성과다. “드론을 이용해 농업에 활용하고, 산불 조기 감시와 초기 진화에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서 관장은 한호 양국의 교역 전망에서도 농업, 수소경제, 희토류 등을 강조했다. “한국이 앞으로는 상품 수출에서 탈피해서 농업 분야와 같은 서비스 수출과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양국간 많이 협의되고 있는 분야는 수소경제다. 호주는 수소 원료가 많다. 최근 한국이 집중하고 있는 수소차 등에 상당한 협력이 가능하다. 한국의 수입 광물자원 중 호주산이 약 43% 차지한다. 희토류도 호주가 중국 다음으로 많다. 이 분야에 투자가 확대되길 바란다.”
코트라가 이런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엔 한계가 있다. “이런 중장기적인 프로젝트들은 양국정부가 적극 나서서 인프라투자도 공동으로 하고, 우리 정부나 대사관 총영사관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 좀더 구체적으로 세부적인 종합전략을 세우고 가면 좋을 것이다.”

● “양국 심도깊은 공동연구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호 양국의 심도깊은 공동연구도 필요하다. “행사에서 발표하고 토론만 하지 말고 한 분야라도 붙들어서 제대로 파고들면 좋겠다. 어떤 주제에 대해 한호 양국 기관이 공동연구를 최소한 6개월내지 1년은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보고서든 어떤 방향이 나올 것이다. 이를 토대로 양국이 드라이브 걸고, 민간기업도 투자하면 된다. 작은 주제라도 붙들고 늘어져서 결실을 맺어야 한다.”
서 관장은 호주의 장점으로 예측가능한 법과 제도를 거론했다. “호주로 투자 이민 몰려온다. 해외로부터 연간 3조 5000억 달러 투자액이 들어온다. 그 이유는 호주가 법과 제도를 잘 만들고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국도 예측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은 불확실성이 높아서 투자 기피한다. 호주는 투자하면 수익이 날 것이라는 예측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래서 돈이 몰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규정이 너무 세부적으로 복잡해서 유연성이 약한 것을 호주의 단점으로 지적했다. “호주는 법과 시스템이 너무 잘 돼 있지만 규정이 너무 세세하고 복잡해서 뭐하나 바꾸는게 어렵다. 느리고 불필요한 규제가 있다. 산불이 났는데 집 주변의 나무를 벨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자위권 발동해서 산불피해 막을 수 있게 벨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환경보호 때문에 맞불도 못놓게 한다. 과도한 규제는 철폐해야 한다.”

● “대기업, 교민기업, 공기업 상호 협업할 모멘텀 만들어지길”
그는 한국인들은 호주인들에 비해 뛰어난 생존본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호주 사람들은 좋게 보면 온순하고 나쁘게 말하면 생존본능이 약하다. 한국인은 생존 위해 열심히 뛴다. 그래서 우리는 호주에서 뭐든지 할 수 있다. 한국인은 이스라엘 보다 더 뛰어난 DNA를 갖고 있을 수 있다. 앞으로 중국도, 일본도 따라잡을 수 있다.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이다. 여기 대기업, 교민기업, 공기업들이 진짜 협력해 상승작용 만들고 정보 공유할 수 있게 어떤 모멘텀을 만들면 좋겠다.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종합계획 작성하고 동포 기업 동참하면 시너지 창출된다. 돈이 돼야 협업도 한다. 철저히 시장논리에 기반해서 상호 협업할 것이 있어야 합심할 수 있다. 이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 큰 틀에서 5-10년을 내려다 보고 내륙진출 중장기 프로젝트를 세워야 한다.”

권상진 기자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