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법대 무도회에서 원치않는 성관계 제안, 호텔방 동행 요구”
호주 한국계 첫 주의원인 이슬기(엘리자베스리) ACT 자유당 하원의원이 다이슨 헤이든(Dyson Heydon) 전 대법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이슬기 의원이 법대 강사로 근무하던 2013년 캔버라대학의 법대무도회(Law Ball)에서 헤이든 전 대법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ABC뉴스가 26일 보도했다.
이 의원은 법대무도회가 있던 날 야간에 헤이든 전 대법관이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제안하고 자신의 호텔 방으로 갈 것을 반복해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의 주장은 호주 대법원 의뢰로 수행된 독립된 조사를 통해 헤이든 전 대법관이 과거 6명의 여성 동료들을 성추행 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온 뒤에 공개됐다.
이 의원은 지난주 헤이든 전 대법관의 성추행 혐의를 폭로한 6명의 용기있는 행동에 자극받았다면서 “이 여성들이 피해를 알리고 조사를 통해 사실을 드러내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저의 마음은 정말 그들과 함께했다. 그들이 겪은 상황에 대한 보도를 처음 읽었을 때 7년 전 제가 마주했던 그 순간의 기억들로 가득찼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헤이든 전 대법관으로부터 성적인 제안을 받던 순간 “정말 무력하고, 충격적이며,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면서 “이것이 내가 받을 수 있는 모든 가치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 “성추행 법조계에만 한정되지 않아, 반대 목소리에 앞장설 것”
2016년 ACT 쿠라종 선거구에서 당선된 이 의원은 앞으로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성적인 추행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의원직을 이용할 것이라며 “성추행은 법조계에 만연돼 있다. 하지만 슬픈 현실은 이것이 법조계에만 한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헤이든은 존 하워드 정부 당시인 2003년 대법관으로 임명됐으며 70세 의무 정년을 맞아 2013년 은퇴했다.
그에게 성추행 피해를 입은 6명 동료 중 5명은 대법원에서 헤이든 전 대법관을 지원하는 법조인들이었고 1명은 다른 대법관실 소속이었다. 이들 중 3명은 헤이든 전 대법관과 연방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하지만 헤이든 전 대법관은 이들 6명의 모든 성추행과 불법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권상진 기자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