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ACT 자유당 대표 당선…호주 한국계 첫 정당 지도자 탄생

27일 자유당 의원총회 당권 경선서 제레미 핸슨 전 대표 물리쳐

20여년 연속 야당 종식할 리더십 필요, “자유당 변해야 한다”

한인 1.5세인 이슬기(엘리자베스리, 41) ACT 주의원이 27일 캔버라 자유당(Canberra Liberals) 대표로 선출되면서 호주 한인사회 첫 정당 대표가 배출됐다.

호주 유일의 한국계 주의원인 그는 10월 17일 실시된 ACT 주총선에서 커라종(Kurrajong) 지역구에서 재선에 성공한데 이어 자유당 대표까지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ACT 주총선 결과, 전체 25개 의석 중 노동당이 10석, 자유당이 9석, 녹색당이 6석을 차지했다. 당별 일차지지도는 노동당 37.8%, 자유당 33.8%, 녹색당 13.5%, 기타 14.9% 분포였다. 자유당은 지지도가 3% 하락하면서 2석이 감소됐다.

이번 주총선 패배로 노동당에게 6회 연속 집권의 길을 열어준 자유당은 선거 패배의 책임론과 더불어 앨리스테어 코(Alistair Coe) 전 대표에 대한 당권 도전설이 제기돼 왔다.

특히 약 20년 연속 집권해온 노동당-녹색당 연립 주정부에게 다시 패배한 자유당 입장에선 장기 집권의 고리를 끊고 만년 야당의 치욕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리더십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다.

자유당이 정책적으로 기후변화, 낙태, 동성결혼, 교통인프라와 같은 이슈에서 보다 진취적인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줄리아 존스 부대표와 ACT 정당 사상 첫 여성 대표팀 구성

이번 주총선에서 커라종 지역구의 자유당 후보 중 최다 득표로 당선된 이 대표는 이미 자유당 내에서 미래의 지도자로 폭넓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자유당의 환경, 교육 및 장애인 담당 의원이었던 그는 제레미 핸슨(Jeremy Hanson) 전 대표와 함께 당권에 도전할 유력한 주자로 꼽혀왔다.

결국 이 대표는 27일 자유당 의원총회에서 치러진 당권 경선에서 핸슨 의원을 표결로 물리치고 새로운 자유당 대표로 선출됐다. 앨리스테어 코 전 대표는 출마를 포기했다.

이로써 이슬기 자유당 대표는 1995년부터 2000년까지 ACT 수석장관을 역임한 케이트 카넬(Kate Carnell) 대표 이후 자유당의 첫 여성 지도자가 됐다. 게다가 줄리아 존스(Giulia Jones) 의원이 자유당 부대표로 선출됨으로써 ACT 하원(Legislative Assembly) 역사상 처음으로 당 대표와 부대표 모두 여성인 팀이 탄생했다.

  • 선거 6연패 딛고 자유당 재건해야 할 막중한 책임 감당해야

이 대표는 당선 소감에서 “캔버라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선거 6연패를 딛고 자유당을 재건하기 위한 정책 방향 전환을 시사했다.

자유당 내 중도파인 이 대표가 보수파로부터 통제받고 메인스트림과 동떨어져 있다는 자유당에 대한 인식을 타개하려는 시도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대표는 자유당이 더 많은 중도 정책을 채택할지 여부를 묻는 질문에 “유권자들이 선거를 통해 분명한 메시지를 전했다. 확실한 것은 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캔버라를 세계에서 가장 잘 연계된 최고의 수도로 만들도록 주어진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7세 때인 1986년 부모를 따라 호주로 이민왔다. 기라윈셀렉티브고교를 거쳐 호주국립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2016년 정계 진출 전까지 호주국립대와 캔버라대에서 법대 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배우자인 네이선(Nathan)과 지난해 6월 첫 딸 미아(Mia)를 얻었다. 이연형 전 호남향우회 회장이 부친이다.

권상진 기자 syd@ilyo.com.au

사진 설명 : 캔버라자유당의 이슬기 대표(왼쪽)와 줄리아 존스 부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