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청명한 호주 가을 날씨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과 적당히 따스함을 주는 햇살은 이 코로나 사태의 한줄기 희망인 듯 싶습니다. 신규 확진자 수도 10명 안팎으로 안정된 발병 상태를 유지하고 있고, 정부도 이제 단계적인 사회 정상화를 준비한다고 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위생 수칙을 준수하고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계속 지키면서 조금씩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오늘은 대장 용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용종은 영어로는 폴립(polyp)이라고 하며, 점막 표면의 일부가 돌출하여 혹처럼 보이는 것을 일반적으로 통칭합니다. 따라서, 용종은 우리 몸의 소화관이나 점막이 있는 모든 기관에서 생길 수 있습니다. 대장 용종은 성인의 약 30%에서 발견이 된다고 하며, 일부는 대장암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용종은 생긴 모양에 따라서 긴 목을 가지는 유경 용종(pedunculated polyp)과 납작한 형태의 무경 용종(sessile polyp)으로 분류되며, 현미경적 소견에 따라서는 신생물성 용종(선종; adenoma)과 그 외의 염증성, 증식성 용종, 과오종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이 중 선종은 약 8%에서 대장암으로 발전할 수 있으며, 암으로 진행하는데 시간은 5년에서 10년이 걸린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대장 내시경 시에 발견되는 용종은 시술 중에 모두 제거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는 건강진단의 일환으로 진단적인 내시경과 용종제거술을 따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용종의 제거는 대장암의 빈도나 대장암 사망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으므로 치료로 볼 수도 있지만, 그 자체가 진단을 위해서 매우 중요합니다. 선종인지의 여부는 떼어낸 조직을 현미경으로 봐야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미경 검사는 선종에 대한 세부적인 정보도 제공하게 되는데, 선종의 수와 크기, 세포의 이형성 정도, 융모상 조직의 양에 따라 암발생의 위험이 달라집니다.
대장 내시경에서 용종이 발견되지 않은 경우나, 저위험군의 경우에는 5년 후에 재검사를 권장하며, 고위험군의 경우에는 3년 후에 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선종이 5개 이상 발견된 경우는 모두 제거가 되었더라도, 1년 후에 다시 검사하여 확인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전에 대장 내시경을 받으신 분들은 용종 제거술을 함께 받았었는지, 그 용종이 선종이었는지, 3년 후에 다시 검사하자는 말을 들었는 지를 기억해 놓으시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용종의 발견과 제거가 중요하다 보니, 시술 전에 대장을 깨끗이 비우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합니다. 불완전한 장 정결(bowel preparation)은 용종을 못 찾고 놓치게 만들 수도 있고, 시술 시간을 지연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술 전날 장정결제를 시간에 맞추어 복용하는 등 정해진 지침을 따르는 것이 중요하며, 장정결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약물이나 음식을 가능한 피하도록 합니다. 섬유질이 많아 대장에 오랜 시간 남아있을 수 있는 나물류, 버섯, 미역, 김 등과 씨 있는 과일인 포도, 참외, 수박, 견과, 콩 등은 검사 3-4일 전부터 가급적 드시지 않도록 합니다.
우리말 의학용어들은 한자어가 많습니다. 순우리말로 된 것도 있기 때문에 같은 의미를 가지는 몇 개의 용어들을 섞어서 쓰기도 합니다. 영어로도 전문적인 의학용어가 있고 일반 사람들이 쓰는 단어들이 있어서 헷갈릴 때가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리하면 이해가 쉬울까요? 다음은 제 진료실에서 내시경 결과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이번 대장내시경에서 는 용종이 하나 발견되어 제거를 했습니다. 조직검사에서는 선종으로 밝혀졌는데, 다른 위험 인자는 발견되지 않아서 5년 후에 다시 내시경을 받으시면 되겠습니다.”
한국 질병관리본부에서 만든 코로나 생활 속 거리두기 기본지침 중 다섯째 입니다. ‘거리는 멀어져도 마음은 가까이’ 모두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