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부동산 붐, 집 소유주는 화색 ∙ 청년층은 울상
코로나 19 대유행 이후, 예상과는 다르게 호주에 부동산 붐이 불면서 기존의 집 소유주들과 아직 내 집 마련을 하지 못한 청년층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호황을 이루고 있는 호주 전역의 부동산 시장을 두고 일부 전문가들은 ‘좋지 않은 현상’ 이며 결국 호주 경제에 대위기가 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이 호황인데 왜 경제 위기가 오느냐?”라고 반박하며 묻자,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너무 호황이기 때문이다.”라는 아이러니한 답변을 내놓았다.
남호주 대학교 크리스 리쉬먼(Chris Leishman)부동산 경제학 교수는, “코로나 19 대유행이 시작했을 때 많은 경제학자들이 집값이 많게는 20~25% 하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경제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1년이 지나자, 이들은 말을 바꿔 집값이 적게는 20~25%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이렇게 금방 예측을 뒤엎는 것은 부동산 시장이 현재 얼마나 불안정한지를 대변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5일 화요일에 87명의 경제 및 부동산 전문가 패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약 1년의 세월을 들여 작성된 ‘경제 속 코끼리 길들이기’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경제 보고서 제목으로는 다소 걸맞지않는 ‘경제 속 코끼리 길들이기’ 는 부동산 정책 입안자들에게 사로잡힌 코끼리가 국가경제의 한복판을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은행과 정부가 불붙은 집값에 기름을 끼얹고 있으며, 35세 미만의 주택 소유자 수는 1995년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으며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인구 대부분은 65세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리쉬먼 교수는 이를 두고, “35세 미만의 청년층이 내 집 마련을 포기하고 있다. 이제 35세 미만의 자국민들은 주택을 소유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다.” 고 해석했다. 호주는 미국과 영국 그리고 캐나다를 제치고 부채가 가장 많은 선진국 중 하나이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집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사이의 불평등 격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이, “집값 문제가 호주 경제에 대위기를 가져올 것이다.”라는 주장을 하는 데는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경제의 불안정성, 불평등 심화, 그리고 놀랍게도 생산성 감소가 포함된다. 리쉬먼 교수는,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 집값이 올라간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라면서, “보고서에 따르면, 집값이 올라갈수록 청년층은 도심이 아닌 외곽지역 혹은 시골에 가서 살 수밖에 없다. 즉, 생산성이 높은 노동자들이 도심이 아닌 외곽으로 이주하게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보고서 저자들은 집값을 잡기 위해서는 왕실조사위원회(Royal Commission)를 결성하고 호주 중앙은행(Reserve Bank of Australia)이 나서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리쉬먼 교수는, “호주 중앙은행이 부채 의무면제를 부동산 시장에도 적용해야 한다.”라면서, “현재 사상 최저 수준인 주택융자 이자율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는 점을 명심해야한다.”라고 덧붙였다.
한남길 기자 info@koreannews.com.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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