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지 이야기

안필립 목사
예수교 대한성결교회
베트남 선교사
2011년  –현재까지

선교함으로 확인되고 증명되는 교회의 정체성:

필자 안필립 선교사 부부는 시드니에서의 30여 년의 삶을 뒤로하고 2011년 동남아 열대지방인 베트남으로 파송되었다. 지금까지 10여 년간 선교사로 활동해 오면서 수많은 어려움과 핍박 속에 있었지만 베트남의 복음화와 차세대 일꾼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선교활동이 금지된 나라에서 겪는 어려움은 상상 밖이다. 댕기열과 온갖 풍토병, 오토바이 사고, 얼굴이 뒤틀리는 병 등으로 죽음과 위험을 늘 곁에 두고 살았다. 홀로 살아남아야 하고 모든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광야 같은 곳에서 어려움과 고난은 일상이 되어 버렸다. 벼랑 위를 걷는 위태함과 절벽 아래에서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 아군의 지원이 없어 치열하게 버텨왔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러나 신실하신 하나님께서 때마다 도우셔서 치유의 은혜와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주셨다.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10년 간의 선교활동을 통해 수많은 복음의 열매들로 하나님 나라가 확장되게 하셨고, 그 기쁨을 함께 누리게 하셨다.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보시는 것을 믿음의 눈으로 바라보며 현지인들을 섬겨온 결과 제자들, 동역자들, 성도와 교회의 숫자가 날마다 늘어나고 부흥하는 성령의 역사를 체험하게 하셨다. 주님의 은혜와 섭리 속에서 농촌마을과 산악지대, 소수민족 마을 등에 많은 교회들이 세워졌다. 주님은 우리에게 고아원과 마약자 재활원도 세우게 하셔서 사회적 어려움과 고난의 현장으로 밀어 넣으셨고, 그들과 같이 울고 함께 살아가게 하셨다.

신학교도 세우게 하셔서 차세대 일꾼을 양성하게 하셨다. 이 시대 교회 안에는 각종 선교 프로그램들과 주장과 정책들과 전문가들이 많아 보인다. 그러나 정작 관심을 갖고 기도하고 섬기려 하는 데에는 인색하고 무관심하다. 고단하고 불편하고 치열한 현장에는 신실한 주의 일꾼이 늘 부족하다. 반면에 선교사를 깍아내리고 판단하고 정죄하는 데는 제법 익숙하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의 전문성과 선교에 대한 인식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선교 현장은 하나님의 은혜의 세계이며, 성령님의 도우심과 인도하심으로만 사역이 가능한 곳이다. 그러나 많은 교회들이 역설적이게도 율법적 삶에 익숙하여 자꾸 율법으로 돌아가려 한다.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갈3:3-5). 아무튼 성도와 교회의 정체성은 선교함으로 확인되고 증명돼야 한다. 선교는 예수 그리스도의 메시지와 사역의 지속이다. 필자의 부족하고 일천한 선교지 이야기를 통해 이 시대의 교회들이 교회의 본질적 사명인 선교를 회복하고 참여하길 바란다.

선교지 이야기 1 – 우리의 가슴에도 사랑이 찾아오길

베트남에서 사역 중에 생긴 병을 치료하기 위해 코로나 중에 지난 1월 초에 정말 어려운 과정을 거쳐 호주로 돌아왔다. 외국에 거주하다 호주로 귀국하려는 시민권자들이 전 세계에 수 만명이나 되었고 2020년 말에 3-4만명이 입국 대기 중이었다. 호주 내 격리 시설의 한계 때문에 입국자를 제한했고, 그로 인해 귀국 비행기 타기가 극도로 어려워졌다. 천신만고 끝에 비행기를 얻어타고 시드니로 돌아오니 코로나로 인한 국경 통제가 (border control) 삼엄했다. 군인들과 경찰들이 공항에서 엄격한 경계와 까다로운 수속 절차로 우리를 맞았다. 마치 죄수처럼 취급하며 경찰들과 군인들이 우리를 격리 시설로 옮겨 외부와 철저히 차단했다. 창문도 열지 못하게 되어 있는 좁디 좁은 격리 시설에서 아내와 함께 2주를 견뎌냈다. 감옥과도 같은 격리와, 과도한 격리비용, 평소보다 2배 비싼 비행기표 등이 큰 부담이 되었다. 외지에서 돌아오는 국민들을 맞는 인사치곤 지나친 면이 많았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변해버린 세상을 실감했다. 사실 지난 10년간 안식년을 갖지 못했는데 하나님께서 몸의 연약함을 보시고 강제 안식년 갖게하시는 듯하다. 당분간 코로나로 베트남으로의 하늘 길이 막혀 기다리는 일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 그간 호주의 투명한 하늘, 들려오는 파도소리, 슬프도록 아름답고 짙푸른 시드니 하버와 오페라 하우스의 순백의 조화가 못견디게 그리웠었다. 시드니의 풍요하고 편리했던 30여 년의 삶을 뒤로하고 열대의 나라 베트남으로 간지도 10년이 되었다. 선교지 이야기를 써달라는 요청이 왔을 때 신문의 한면을 채우는 또하나의 칼럼이 되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허락했다. 21세기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교회와 성도들의 가슴에도 낮은 자리 고난의 자리에 찾아오시는 하나님의 큰 사랑이 가슴 깊이 찾아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쓰고자 한다.

사돈의 나라 베트남의 약진:

베트남은 인구 9,700만의 대국이며 곧 1억의 인구가 될 것이다. 전 인구의 50%가 30세 미만의  젊은 국가이며, 어떻게든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 보려는 열정과 역동성으로 가득차 있다. 지난 몇 년간 무서운 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현재 7,500여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으며, 여러 선진 국가들과 호주 기업들의 진출 역시 활발하다. 한때 인플레이션이 연 23% 까지 올라간 적이 있었으나 정부의 노력으로 지난 10여 년간 4%~4.5% 대를 유지하고 있다. 매년 경제 성장율은 6~7%이고 환율도 안정 기조에 있다. 국가 GDP는 연 USD 2,900억불 선이다. 베트남은 현재 한국과 밀접한 유대관계에 있다. 최근 외국 자본 유입과 투자가 많이 늘고 있는데, 특히 2015년 이후 2019년 까지 해마다 외국 투자(FDI) USD 300억불 정도가 베트남으로 들어왔는데 한국이 약 30억불 정도를 매년 투자하는 외투 1위 국가였다. 이뿐 아니라 이 나라의 젊고 아리따운 여성들이 90,000여 명의 한국인과 가정을 이루고 있으며, 10만명 이상의 자녀들을 낳았다. 지금도 한국인과의 결혼이 지속되고 있어 우리를 사돈의 나라라고 부른다. 이처럼 베트남은 한국과 아주 밀접하고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앞으로 이 역동적인 나라, 그러나 복음이 절실한 나라에서 성령님께서 이뤄가시는 그분의 선교 이야기를 현장에서 경험하고 목격하고 참여했던 작고 무익한 종의 시각으로 전하고자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그들의 전인격과 삶을 통해 복음의 시각적인 모델이 되고, 예수 그리스도의 궁극적인 증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다. 특히 선교함으로 그리스도인 됨과 교회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증명하여 우리의 하나님의 그들의 하나님도 되심을 나타내는 교회와 성도들이 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안필립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