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코로나바이러스, 인간에게 공생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호주의 대형 쇼핑센터 운영 상장사인 비시니티센터가 직원들의 코로나19 감염 우려 때문에 임시 휴업하는 입주 소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치를 취하겠다고 위협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자산가치 50억 달러로 멜번의 채드스톤쇼핑센터와 시드니의 채스우드체이스 등 전국에 63개의 쇼핑센터를 거느린 비시니티센터는 지난 3월 입주 세입자들에게 휴업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서신을 발송했다고 한다.

비시니티센터는 서신을 통해 직원을 코로나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매장을 폐점하는 결정은 세입자의 상업적 책무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비시니티센터는 “이번 결정이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이해하지만 우리의 상업적 계약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다. 우리는 이와 관련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서신은 연방과 주정부 대표들이 6개월 간 세입자 강제 퇴거와 임대료 인상 금지 등 중소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부동산 임대인과 임차인 관련 의무 행동강령을 만들기 위해 호주쇼핑센터협회 및 다른 소매업 이해관계자들과 회동하던 시기에 전달됐다.

임대인과 임차인이 준수할 의무 행동강령은 연방정부의 발표에 이어 최근 주정부들이 세부 내용을 확정하면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비시니티센터는 정부의 행동강령 조치가 나오기 전에 다수의 입주 업체들이 자발적으로 휴업에 들어가자 이런 서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시니티센터 대변인은 세입자들에게 보낸 서신이 공식적인 위반 통지가 아닌 임대계약 책무를 상기시키기 위한 방편이었다면서 정부의 의무 행동강령을 위반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비시니티센터의 입주업체들에 대한 서신 발송은 코로나19 사태에서 갑의 입장에 있는 임대인이 을의 입장인 세입자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는 정부가 의무 행동강령을 제정하며 부동산 문제에 개입해야 할 정당성을 대변해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소매업체들의 영업 중단은 일반적인 현상이다. 웨스트필드쇼핑센터를 소유한 센터그룹의 피터 앨런 최고경영자는 4월 초에 가진 연례 총회에서 입주 소매업체들 가운데 영업이 허용된 업체는 86%이지만 실제 영업하는 업체는 39%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호주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국경과 주 경제 봉쇄, 사회적 거리두기, 사업체 폐쇄 등 코로나 퇴치를 위한 정부 조치로 사실상 경제는 멈춰선 상태다. 이로 인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업종이 고전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공생의 지혜가 필요하다. 결국 생명체도 경제도 나 혼자만 잘 살거나 잘 될 수 없다는 것을 코로나바이러스는 가르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도 마찬가지다. 임차인이 있어야 임대인도 살아갈 수 있고, 임대인이 있어야 임차인도 존재할 수 있다. 정부의 의무 행동강령이 내포한 기본 정신도 상호 공존하기 위한 배려와 협력, 대화와 소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