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최저임금 인상 보다 일자리 회복이 급선무다

호주노총이 공정근로위원회에 올 7월부터 적용될 근로자 최저임금을 4% 인상해줄 것을 요구하자, 정부와 경영자단체들은 최저임금 동결이나 인상 연기를 주장했다.

호주노총은 최저임금을 현재 시간당 19.49달러에서 20.27달러로, 주당 740.80달러에서 770.43달러로 인상해줄 것을 요구했다. 최저임금을 주당 약 30달러 인상시키면 소비와 소비자 심리가 진작돼 기업 매출도 늘어나고 국가 경제 회복에도 일조한다는 것이다.

호주노총의 주장은 연방정부가 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맞아 수백조원을 투입한 경기부양책의 취지나 목적과 유사하다. 하지만 정부의 경기부양책은 기업의 부담을 경감시켜 일자리를 유지해주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켜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경기부양책의 일회성 보조금 지급, 실업수당 임시 증액, 고용유지보조금 임시 지급 등은 모두 국가 재원으로 근로자와 기업의 재정난을 지원한다.

반면에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 자금으로 근로자 인건비를 올려줘야 한다. 코로나 봉쇄 규제로 사실상 경제가 마비된 상태에서 존폐의 기로에 몰린 상당수 기업들에게 직원 임금을 인상하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에 민감한 근로자들을 많이 고용하는 소매업과 요식업의 중소기업들은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 중소기업들은 영업 활동을 거의 중단하면서 매출과 수익이 급감했다. 직원들을 대부분 해고하거나 정부의 고용유지보조금으로 버티고 있다.

6개월 기한의 고용유지보조금이 끊기면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파산 위기로 몰릴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 주장은 과욕이다. 기업이 존재할 수 없는데 근로자 임금 인상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임금 인상이 현실화되면 기존 직원도 해고당할 수 있다.

경영자단체와 고용주들은 “대공황 이래 가장 심각한 경기 하락기에 임금 인상이 일자리 추가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호주는 4월 60만명 가까이 실직하면서 실업률이 5년만의 최고인 6.2%로 상승했다. 앞으로 실업률이 10%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실업률 증가는 소비 둔화, 기업 실적 감소, 고용 둔화의 악순환을 통해 국가 경제를 침체시킨다. 정부가 각종 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일자리 유지와 창출에 전력하는 것도 이런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한 것이다.

NSW 주정부도 26일 공공부문의 기존 일자리 보호와 민간부문의 신규 고용 창출에 기여하기 위해 40만여명 공공근로자의 임금을 12개월 동안 동결하는 법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는 수많은 일자리를 빼앗아 가면서 개인과 가정의 생계 위기를 불러왔다. 이런 생계 위기 극복은 일자리 회복으로 이뤄져야 한다. 일자리를 유지하고 창출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인 호주의 최저임금 인상은 잠시 보류되는 것이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