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호주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 점입가경이다. 호주산 소고기와 보리의 수입 제재에 이어 중국인의 호주 여행과 유학까지 차단하려는 의도를 드러냈다.
중국은 “호주에서 코로나19과 관련해 중국인에 대한 인종차별과 폭력 위협이 급증하고 있다”는 주장으로 호주 관광과 유학 자제를 권고했다. 중국 문화관광부의 6일 여행 자제 권고에 이어 교육부의 9일 유학 자제 권고가 나왔다.
중국 교육부는 “유학생들은 위험을 잘 평가하고 유학 목적지로 호주를 선택하거나 유학생으로서 호주로 복귀하는 것에 주의할 것”을 경고했다.
이에 호주 정부는 “거짓 정보에 근거한 허위 주장”이라며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다문화 이민자 사회”라고 반박했다. 또한 “호주의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성공적인 통제는 현재 호주가 유학생들에게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 중 하나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중국은 호주를 찾는 해외 관광객과 유학생의 최대 송출국이다. 2019년 호주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120만 명을 넘었으며, 이들은 약 124억 달러를 지출했다. 유학산업은 연간 380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호주의 4번째 산업이며, 2019년 호주 대학의 유학생 44만여명 가운데 중국인은 37.3%를 차지했다.
호주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이 5월 4개 육류공장의 소고기 수입 금지와 호주산 보리에 대한 80%의 관세 부과에 이어 관광산업과 유학산업으로 경제적 압박을 확대하는 것은 호주에 대한 보복이자 길들이기 차원이다. 코로나19 발원지에 대한 독립적인 국제 조사와 홍콩 민주화를 요구하는 미국과 보조를 맞추며 입바른 소리하는 호주에 대한 고강도 보복 조치를 통해 굴복시키려는 것이다.
중국은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호주의 인종차별 위험을 거론했다. 때마침 호주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이 많이 발생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간 진보성향 싱크탱크인 퍼 캐피타(Per Capita)는 올 4월 2일부터 6월 초까지 호주에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 사건이 386건 발생했으며, 이들의 약90%는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이 증가한 것은 온라인 정보나 주변인들을 통해서도 감지되고 있다. 호주 정부가 인종차별을 억제하기 위해 편리한 신고 방법과 확실한 가해자 처벌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인종차별금지법의 실효성도 높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 위험 때문에 호주를 방문해선 안된다는 중국의 주장은 현실을 호도하는 억지에 가깝다. 성공적인 다문화사회인 호주에서의 인종차별 사건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선 미미한 수준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호주 관광산업과 유학산업의 최대 수요자인 중국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중국은 경제력과 힘의 논리로 호주를 억압하고 괴롭히기 전에 세계 경제와 정치를 좌우하는 대국으로서 포용과 모범이 우선이다. 코로나 발원지 조사, 홍콩보안법 제정, 중국 내 인권과 언론 탄압 실태 등에 대한 투명하고 개방적인 자세와 민주적인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세계 패권국가의 지위는 힘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