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주들이 유학생 근로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할 퇴직연금을 적립해주지 않는 경우가 적지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호주정부가 코로나19 사태의 재정난 지원책으로 올해 퇴직연금을 최대 1만 달러씩 2회 조기 인출하도록 허용한 것을 계기로 유학생들에 대한 고용주들의 퇴직연금 착취 실태가 드러나고 있다.
유학생들은 정부가 내놓은 코로나 경기 부양책으로부터 거의 외면당했다. 그나마 호주에 1년 이상 체류한 임시비자 소지자들에게 허용된 것이 퇴직연금 조기 인출이었다.
그런데 유학생들이 생활고 해결을 위한 마지막 구세주라 여기며 눈길을 돌린 퇴직연금 계좌가 텅 비어 있어 상당한 충격과 실망을 경험한다는 것이다.
최근 무료 법률지원센터나 유학생 지원단체엔 고용주의 퇴직연금 미지급에 대한 해법과 도움을 호소하는 유학생이나 이민자 근로자들이 증가세라고 한다.
NSW대학과 시드니공대가 7월 초에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유학생의 4분의3 이상이 임시직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들 유학생의 약 3분의2는 어떤 도움도 구하지 않고 침묵했다. 비자가 잘못되거나 일자리 상실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임시비자 근로자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최저임금과 퇴직연금 미지급이다. 최저임금 문제는 공정근로옴부즈맨과 언론 보도를 통해 상당히 환기됐지만 퇴직연금 문제는 비교적 조용했다. 이는 최저임금이 현재의 생계와 직결된 반면 퇴직연금은 미래의 생활과 연관되는 거리감 때문일 수 있다.
최저임금과 퇴직연금은 고용주들이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법적 의무이다. 고용주들이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면 먼저 개인 근로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 찾도록 노력해야 한다.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 근로자를 지원하는 정부 기관이나 법률서비스 단체에 도움을 요청할 용기가 필요하다.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면 고용주들의 협박이나 회유에 넘어가지 않고 합리적인 결정을 할 수 있다.
정부도 국내 유학생들의 권익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호주 노동법이나 이민법 규정을 잘 모르는 임시비자 소지자들이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피해 신고시 신속히 조사해서 구제해줄 행정력 완비, 의무 불이행 고용주에 대한 합당한 처벌 등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20일 발표한 학생비자 규정 개정안에서 해외 신청 신규 학생비자 발급 업무 재개, 호주 내 유학생의 학생비자 연장 수수료 면제, 해외서 온라인 수업 수강 유학생에게 졸업생 취업비자 허용, 유학 신청자의 영어점수 제출 기한 연장 등의 당근책을 제시했다. 유학산업 경쟁력은 해외 유학생 유치 못지않게 국내 유학생 보호와 유지도 중요하다. 유학생들이 산업현장을 통해 겪는 경험은 호주의 국가 이미지와 유학산업 성패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