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유학생 고통 외면하는 호주 정부, 유학산업 회복에 걸림돌

NSW 주정부도 코로나19 사태로 고통받는 유학생들을 위해 2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학생들에게 임시 비상숙소를 제공하고 주택 임대료나 의료 법률 등에 대한 무료 자문서비스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호주에서 유학생들이 가장 많은 NSW가 다른 주정부들에 비해 뒤늦게, 그것도 코로나 봉쇄 규제 완화가 시작되고 나서 지원책을 내놓는 것은 만시지탄이다. 게다가 현금성 지원도 없다.

빅토리아 주정부가 실직했거나 업무시간이 감축된 유학생들에게 현금 1100달러 지급을 포함해 총 4500만 달러의 지원책을 지난달 발표한 것과 비교된다. 타스마니아 주정부는 모든 임시비자 소지자들을 위해 3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연방정부가 유학생에 대한 지원책을 거절하자 주정부들이 대신하는 형국이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3월 말부터 시행한 각종 규제로 4월에만 59만4000명이 실직했다고 호주통계청이 밝혔다. 비싼 학비와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 파트타임 돈벌이를 병행해야 했던 유학생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생계난에 처한 젊은 유학생과 워홀러들이 노숙자 생활을 하고 무료 급식소를 전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드니 한인단체들이 5월 16일까지 두달 가까이 유학생들과 워홀러들에게 무료 식사를 제공한 자선행사 ‘따뜻한 한끼 식사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약 3000개의 도시락이 나갔다고 한다. 

그럼에도 유학생들은 연방정부가 제공하는 경기 부양책에서 제외됐다. 연방정부의 고용유지와 실업수당 보조금 수혜 대상은 영주권자와 시민권자로 제한했다. 임시비자 소지자에게도 보조금 혜택을 주자는 일부 여론에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는 “본국으로 돌아가라”며 일축했다.

호주의 유학시장 경쟁국인 영국, 캐나다, 뉴질랜드가 유학생들에게 임금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것과 대조된다. 영국과 뉴질랜드는 유학생들의 비자 연장 조건도 완화해줬다.

호주 정부의 유학산업에 대한 과신과 유학생에 대한 냉대가 코로나 위기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유학산업은 호주의 3번째 큰 수출산업으로 25만개의 일자리를 지탱하며 연간 호주 경제에 324억 달러 기여한다. 호주엔 약 40만명의 유학생이 거주하며, 이들 중 약 36%는 NSW의 교육기관에 등록하고 있다.

유학생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은 대학들도 유학생 지원에 인색하다. 그나마 올 7월부터 시작하는 학기의 유학생 등록금을 20% 할인해주기로 결정한 그리피스대학이 유일하다. 유학생은 호주 대학 수입의 약 26%를 차지한다.

대신 유학생이 급감한 호주 대학들은 재정난을 호소한다. 유학생 감소로 올 수입이 30억 달러 감소해 최대 2만1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며 유학생에게 국경을 빨리 개방할 것을 정부에 촉구하고 있다. 유학생을 이용해 돈 벌 궁리만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호주가 유학생을 국가 경제를 위한 ‘돈벌이 수단’으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런 이해타산적인 이미지는 향후 호주 유학산업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도 호주 유학생 규모가 예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호주 정부의 태도는 이런 부정적인 전망이 현실화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임을 입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