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빅토리아주의 임금체불 고용주 형사처벌, 남의 일 아니다

빅토리아의 노동당 주정부가 주도한 임금체불 고용주 형사처벌 법규가 16일 상원에서 통과돼 입법화가 기정사실이 됐다.

2021년 하반기부터 발효 예정인 이 법규는 고의적인 임금체불 기업과 고용주를 범법자로 엄하게 처벌하는 규정을 담고 있다.

이 법규에 따르면 임금, 퇴직연금 또는 기타 근로수당을 제대로 지불하지 않으면 개인은 최대 19만8264달러의 벌금형과 최대 10년 징역형에, 기업은 최대 99만1320달러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임금 착취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제대로 기록을 하지 않거나 문서를 위조하는 고용주를 겨냥한 기록유지 위반 범죄 규정도 만든다.

다만 임금체불과 관련해서 정직한(honest) 실수를 했거나 임금과 각종 수당을 지급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due diligence)를 기울인 고용주는 처벌받지 않을 예정이다.

임금 절도 고용주를 조사하고 기소하기 위한 법적 기구로 빅토리아 임금사찰단(Wage Inspectorate of Victoria)이 신설된다. 이 사찰단은 임금체불 관련 정보 획득을 위해 사업장에 출입하고 증거물을 압수할 권리, 수색영장을 신청하고 집행할 권리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호주에서 임금체불 기업과 고용주를 형사처벌하는 최초의 법규 제정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올 것이다. 최근 몇 년간 7일레븐, 맥도날드, 콜스, 울워스, 도미노피자 등 호주의 대기업들까지 언론에 오르내리며 임금체불이 만연된 실상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공정근로옴브즈맨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주 전체 요식업체의 절반 정도는 노동법을 준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국적 회계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는 호주 근로자의 13%가 연간 13억5000만 달러의 임금체불 피해를 입고 있다고 추산했다.

빅토리아 법규는 이런 심각한 임금체불을 척결하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다. 또한 호주 전국의 임금체불 형사처벌을 위한 기준을 제시했다. 다른 주정부에서 이와 유사한 법규를 제정할 수도 있다. 이런 법규를 준비하고 있는 스콧 모리슨 연방정부에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연방정부가 현재 준비 중인 임금체불 형사처벌 법규를 제정하면 빅토리아 법규와의 이중처벌 논란이 일고 혼선도 발생할 것이다. 이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충분한 협의와 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으면 된다.  

빅토리아 법규는 호주 노사의 화합과 상생은 물론 사회의 공정과 정의 실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호주는 겉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최저임금 국가이지만, 상당수 근로자들이 임금 착취에 시달리는 부조리가 내재된 사회로 변질됐다. 이제 이런 이중성을 끊어내고 근로자들도 정말 살맛나는 선진사회로 도약해야 한다.

빅토리아 법규는 임금체불이 범죄라는 인식을 호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것이다. 호주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연방정부의 임금체불 형사처벌 법규 제정도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이제 직원 임금 착취해서 호의호식 하는 시기는 끝났다. 호주 한인사회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