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저 기준금리 0.1%, 주택가격 상승 압박하나

“저금리의 위력이 고실업과 저이민 충격 뚫고 가격 상승 이끌 것”

호주중앙은행(RBA)이 11월 3일 단행한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을 압박할 수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필립 로우 RBA 총재는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을 이유로 0.25%인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1%로 인하한 뒤 향후 적어도 3년 간 이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주의 4대 시중은행은 RBA의 기준금리 인하를 주택대출과 기업대출의 고정금리에만 반영하겠다고 4일 발표했다. 웨스트팩은행과 커먼웰스은행은 연간 주택대출 고정금리를 1.99%로, ANZ은행은 2.09%로 내린다고 밝혔다.

“많은 증거들은 주택가격이 반등할 여건임을 시사한다”

커먼웰스은행의 선임경제학자 가레스 에어드는 “RBA의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최근 대부분의 자료는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어드는 “주택대출 자료는 최근 몇달간 아주 강력하다. 주택경매 낙찰률도 상당히 견고하다. 주택가격 예상 지표들과 소비심리 조사도 상승했다”면서 “많은 증거들은 주택가격이 반등할 여건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마침 부동산 전문 연구분석 기업들의 주택가격지수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메인의 주택가격보고서(Domain House Price Report)는 9월분기(7-9월) 전국 단독주택 중간값이 0.9%, 유닛(아파트) 중간값이 0.1% 상승했다고 밝혔다. 코어로직은 10월 전국 주택가격이 평균 0.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에어드는 높은 실업률을 경고하면서도 실질 실업률은 정점을 지나 하락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저금리의 위력은 임대료 하락과 공실률 상승 같은 다른 일부 악조건들 보다 더 강력하다면서 결국 가격을 밀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첫주택구입자들이 임대료 보다 모기지 상환이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커먼웰스은행이 3일 주택대출 상환 연체 고객들의 주택 강매를 2021년 9월까지 유예시킬(moratorium) 것이라고 약속함으로 인해 예상 보다 강매 주택도 줄어들 예정이다.

에어드는 원래 코로나19 경제위기로 인한 주택가격 하락 전망치를 10%로 예상했지만, 9월 들어 6%로 수정한 뒤 현재는 더 낮게 보고 있다.

  • “내년에 주택 강매에 뒤이은 강한 가격 회복 예상”

웨스트팩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인 빌 에반스도 RBA의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가격을 지지할 것으로 관측한다. 에반스는 원래 10% 주택가격 하락을 예상했지만 최근에 5%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주택가격은 이미 약 3% 하락했다. 이제 가격이 정체를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실질적인 가격 상승을 보고 있다. 이는 모두 저금리와 정부 부양책과 연관돼 있다”면서 내년에 일부 주택의 강매에 뒤이은 강력한 가격 회복세를 예상했다.

ANZ은행의 선임경제학자인 펠리시티 에머트는 “주택가격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탄력적이다. 분명히 저금리 덕분일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몇년간 낮게 유지될 것이라는 RBA 총재의 강한 메시지가 사람들의 주택 구입에 자신감도 주고 주택가격 지지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에머트는 가장 저렴한 주택 부문의 가격 성장은 첫주택구입자들이 연방과 주정부의 다양한 혜택을 이용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AMP캐피털의 수석경제학자인 셰인 올리버도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면서 “높은 실업률과 이민 충격이 장애물로 작용하겠지만 가격 상승을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인구성장, 고실업률, 저임대료 문제로 기준금리 인하 힘 못써”

주택가격 하락 전망을 기존의 10-15%에서 5%로 상향 조정했던 올리버는 “이제는 가격이 도시에 따라 다르겠지만 거의 변동이 없거나 오를 것 같다고 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멜번의 약세를 다른 도시들의 강세가 상쇄시킬 것이다. 이제 주택가격이 바닥을 친 것 같다. 내년으로 들어가며 반등할 것”이라면서도 “고실업과 저이민으로 인한 충격의 정도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NAB은행의 수석경제학자인 앨런 오스터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주택가격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스터는 “주택가격은 사실상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선전했다. 특히 시드니와 멜번을 벗어난 지역이 그렇다”면서도 “우리는 인구 성장 대폭 감소, 실업률 대폭 상승, 시드니와 멜번의 임대료 급락을 포함한 일련의 문제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가격 하락 전망치를 시드니와 멜번은 약 10%를 그대로 유지하는 한편, 다른 주도들은 5-7%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

권상진 기자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