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탄이 주는 유혹과 죽음의 수렁이 마약이다. 수많은 이곳 청년들이 몸과 영혼을 마약에 빼앗기고 있다. 처음엔 마약이 주는 환각이 좋았고 언제든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문득 자신의 몸과 정신이 너무도 파괴됐음을 깨닫고 끊어보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성의 마비, 노동 의욕과 장래 희망의 상실, 5분도 집중하지 못하는 정서 불안 등으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모두 잃어버린다. 마약을 구하기 위해 강도짓, 도둑질은 물론 무슨 일이든 서슴없이 해버리는 굶주리고 사나운 들개가 되어 버린다. 베트남 H도시에만 마약 중독자가 수만 명에 이른다. 머리를 벽에 박고 몸을 떨며 어떤 소망도 없는 듯한 퀭한 눈의 자식을 보며 부모는 가슴을 찢는다. 부모의 사랑으로도 어쩌지 못할 저주스런 마약의 늪에 빠진 대가이다. 아름다운 청년의 때에 죽음의 흰색 가루와 아이스 같은 약물에 육신과 영혼을 도둑맞았다. 이들은 마약을 주든지 아니면 죽여 달라고 울부짖는다.
여기에서 기적 같은 한 사람을 소개하려고 한다. 마약의 늪에서 신음하다 믿음으로 소생하여 목사가 되고 필자와 지난 8년 간 동역하고 있는 쭝목사이다. 그는 17살이던 1993년에 친구의 꾐으로 마약에 손을 댔다. 1993년은 베트남 Heroin storm의 원년이다. 밀수된 헤로인이 이때부터 베트남에 스며들어 수많은 젊은이들을 죽음의 늪으로 끌고 갔다. 쭝목사도 헤로인에 빠져 10년 이상을 짐승처럼 뒹굴며 살았다. 처음엔 가족들의 지갑에 손을 대다가 도둑질, 강도질, 도박을 하며 마약 값을 구하기 위해 무슨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 월남전 유공자의 아들로서 고2 때까지 모범생으로 자라다가 마약 갱단의 늑대로 변했다. 이런 자신에게 진저리가 나서 마약을 끊어보려 했지만 그럴수록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엄마가 쇠사슬로 묶어놓기도 하고, 각종 약과 좋다는 방법을 다 써봤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마약 기운이 떨어지면 뼛속까지 스며드는 한기로 덜덜 떨었다. 온몸의 근육이 찢어지는 듯한 극심한 통증으로 잠도 잘 수가 없었다. 날카로워진 신경으로 툭하면 폭력을 썼다. 오직 마약만이 이런 고통을 잠시나마 덜어주었다. 마약의 노예가 된 저주스런 몸뚱이는 점점 더 많은 양의 마약을 요구했다.

그는 차라리 죽는 게 낫다는 생각으로 자살을 시도했었고, 마약을 거래하다 잡혀서 감옥에도 갔다. 형기를 마치고 나오면서 마약을 끊겠다고 결심했으나 몸과 마음이 견디질 못해 다시 손을 댔다가 또 잡혀가는 일이 10여 년간 수없이 반복됐다. 시간이 갈수록 더 악화됐고 일말의 가책이나 죄의식 없이 남의 것을 훔치고 강도짓하고 사기를 쳤다. 주변에 남은 친구는 하나도 없었고 말을 걸어오거나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조차 없었다. 체면이나 자비, 사랑과 같은 말은 그의 가슴에서 아예 사라져버렸다. 몸은 점점 더 쇠약해지고 눈은 늘 벌겋게 충혈되어 굶주리고 더러운 악귀의 모습이 되었다. 그렇게 삶을 포기하고 살던 어느 날 한 늙은 꼽추 할머니가 한밤중에 그를 찾아와 끌어안고 울며 기도해주었다. 그리고 예수님이 너를 사랑하신다. 나도 너처럼 삶을 포기했었지만 예수님을 믿고 새 힘을 얻어 소망가운데 살아간다. 주님께서 너를 반드시 치료해 주실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는 사랑이란 말이 너무 낯설어서 다시 물었다. 나와 같은 버러지를 누가 사랑해 준다고요? 꼽추 할머니가 말했다. 사랑의 예수님이 네 죄를 용서하셨고 너를 구원해 주셨다고 하면서 밤새도록 손잡고 기도해주었다.
참 이상한 경험이었지만 그날 이후 그는 조금씩 예수님의 사랑과 죄용서와 구원을 느끼게 됐다. 성경을 읽으며 조금씩 변화되어 갔고 예수님을 구주로 영접하고 세례 받으면서 마약기운이 서서히 몸에서 빠져나감을 느꼈다. 맑은 정신과 건강이 돌아오고 있었다. 마침내 그는 예수님을 만난지 3개월 만에 마약은 물론 술과 담배, 도박,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저주로 부터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주님의 치유의 손길이 그를 마약과 죄악의 수렁에서 건져내신 것이다. 이것은 마약자들에겐 기적과도 같은 일이다. 나중에 알아보니 그 꼽추 할머니는 쭝목사의 엄마가 지프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수소문하여 데려온 분이었다. 그후 쭝목사는 마약에 빠진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치겠다고 결심하고 신학과정을 마치고 하나님의 일꾼이 되었다. 공부하던 중에 들꽃 같은 여인도 만나 뜨겁게 사랑하고 결혼하여 예쁜 가정도 꾸렸다. 이것이 하나님의 능력이며 사랑이 힘이다. 필자는 쭝목사 부부를 8년 전 사역지에서 만났다. 그가 막 사역의 길을 시작하려던 때에 필자와 만나 베트남 영혼들을 위한 선교 비전을 나누었다. 그도 자신의 민족을 위해 선교사로 서기로 결단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주님이 함께 해주시는 놀라운 부흥과 은혜의 길을 같이 걷고 있다. 하나님은 벽에 걸린 화석화 된 분이 아니시다. 지금도 이 세상을 운행하시고 우리의 삶을 인도하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시다. 마약의 늪에 빠진 베트남의 젊은이들을 구해내고 사랑으로 안아주시는 그 하나님을 앙망하기 바란다.

안필립 목사
예수교 대한성결교회
베트남 선교사, 교회개척, 고아원
마약자 재활원 & 신학교 운영
2011년 –현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