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척의 배

“큰 외나무가 되려면 혼자 하고 숲을 이루려면 함께 하라,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인디언 속담이 몇 년 전에 한국에서 유행했던 것을 기억한다. 어느 사회든 오랜 경험과 지혜와 가치관을 담은 속담들이 있게 마련인데, 특히 이 속담이 주는 의미와 교훈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속담과 동일한 제목의 책과 저자의 강의가 한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곧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다. “최고가 되면 세상은 결국 나를 찾는다, 혼자서는 결코 멀리 갈 수 없으니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들라”라는 이 시대 커뮤니케이션 분야 최고 강사의 책이었다. 마침 오늘의 세계는 병들고 흔들리고 불안하여 2-3개월 앞을 예측하는 것도 어리석어 보일만큼 불확실하다. 그리고 역사상 가장 치열한 경쟁시대가 되었다. 이러한 때에 성공의 지름길을 금방이라도 열어줄 것처럼 보이는 베스트셀러가 바로 이 책이었고 그래서 사람들이 열광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의 메시지는 인디언 속담의 참 의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들고, 내가 최고가 되면 결국 세상이 나를 찾고, 나와 함께 할 것이라는 생각은 그 출발점이 일단 자기중심적으로 보인다. 세상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게끔 만들어야 하는 것이기에 이 시대의 사람들을 더욱 경쟁적이고 자기중심적으로 살도록 부추길 뿐이다. 이웃과 서로 도우며 함께 한다는 생각과는 아예 출발부터 차이가 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세상의 가치와는 다른 가치관의 소유자들이어야 한다. 세상과 동일한 가치관을 소유하면 세상을 이길 수 없다. 예수님의 복음은 세상의 가치관을 뛰어 넘는 그 이상의 것이다.

성경에는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세상을 섬기는 자가 되는 이야기들이 많다. 여기서 소개하려는 이야기는 아주 대조적인 두 척의 배에 관한 것이다. 첫째 배는 요나라는 사람이 탄 배이고, 둘째 배는 바울이란 사람이 탔던 배이다. 먼저 요나가 탄 배를 보겠다. 요나는 주전 8세기 경 이스라엘 나사렛 북쪽 스불론 지역에 살다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았다. 앗수르 제국의 수도였던 니느웨에 가서 그 백성에게 회개를 선포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 명령을 거부하고 다른 곳으로 배를 타고 도망가다가 풍랑을 만나 큰 위기에 처했는데 그 이유는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성경에 기록되어 있다. 하나님께 순종하지 않고 사명을 외면한 요나 때문에 자신은 물론 배에 탄 모든 사람까지 죽음의 위기에 빠뜨린 것이다. 그때 원인 제공자였던 요나를 배에서 제거하여 바다에 던져버리니 풍랑이 멎고 모든 사람이 살게 되었다. 불순종했던 요나 한 사람으로 인해 주변 모든 사람이 고난에 처했었고 그를 제거하니 주변이 평안해졌다는 이야기이다.

또 하나의 배는 바울이 탓던 배이다. 그는 1세기 사람으로 하나님의 지시대로 예수님과 그의 복음을 전하기 위해 로마로 가던 중에 광풍을 만나 죽을 위험에 처했다. 사도행전에 보면 이때의 위기와 절망감을 기록해 놓고 있는데, 배에 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와 절망감에 떨었다. 그러나 바울 한 사람 때문에, 즉 그가 로마에 가서 꼭 해야 할 하나님의 일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은 그를 살려주셨을 뿐 아니라 배에 탓던 다른 모든 사람들도 같이 살려주셨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했던 바울 때문에 주변 모든 사람이 함께 살아났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우리는 아주 대조적인 두 척의 배를 보았다. 한 척의 배는 사명을 버리고 도망하다가 함께 있는 주변 사람들까지 위험에 빠뜨렸던 요나가 탓던 배이고, 다른 한 척은 순종하고 사명을 따라가다 위험에 처했지만, 그 사명을 이루려 하시는 하나님의 섭리로 같이 있던 모든 사람들까지 함께 살렸던 바울이 탓던 배이다. 사람들은 요나가 탓던 배가 아니라 바울이 탓던 배에 오르길 원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배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있던 한 사람, 사명을 따르던 한 사람이 가져올 수 있는 영향력일 것이다. 하나님께 순종하고 사명에 충실했던 바울, 자신의 존재로 인해 주변 사람들까지 구하고 복을 끼치는 바울과 같은 사람이 되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서 언급했던. “최고가 되면 세상은 결국 나를 찾는다, 혼자서는 결코 멀리 갈 수 없으니 세상을 내 편으로 만들어 나를 따르게 하라”라는 생각으로는 결코 바울과 같은 영향력과 복을 끼칠 수 없다. 이런 사람들의 자기중심적 사고와 경쟁적 행동이 오히려 요나와 같이 자신과 주변인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바울은 결코 세상을 자기편으로 만들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스로 세상에 다가갔고, 세상이 자신을 이용하도록 세상의 편이 되어주었다. 이것이 이웃과 함께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다. 지금 한국엔 대권 레이스가 한창이다. 제발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자기중심적 사람이 아닌 세상을 섬기는 사명자가 나오면 좋겠다. 사명이 있는 자는 죽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을 함께 살려낸다. 해야 할 사명이 있기에 세상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세상에 내어주고 그들을 섬긴다. 그렇게 될 때 우리는 세상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을 나누고 선한 영향력으로 인생의 먼 길을 주안에서 함께 걸어갈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섬김의 원리와 복음의 증거자로서의 사명을 깨닫고 세상을 섬기는 순종의 길을 걷는 자가 선교적 삶을 사는 참 그리스도인이다.

안필립 목사
예수교 대한성결교회
베트남 선교사, 교회개척, 고아원
마약자 재활원 & 신학교 운영
2011년  –현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