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6일 예산안에서 앞으로 파트너비자 심사에 영어 능력 평가(English language test)를 도입해 영어 구사력이 떨어지는 비영어권자에게 파트너비자를 승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영어 평가 대상은 호주인과 결혼해 파트너비자를 신청한 외국인 배우자와 스폰서인 비영어권 영주권자라고 한다. 호주인과 결혼하려는 외국인은 물론 외국인과 결혼하려는 비영어권 영주권자도 영어 능력이 안되면 파트너비자가 불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앨런 터지 이민부 장관 대행은 “2021년 후반부터 파트너비자 신청자와 영주권을 소지한 스폰서는 기능적 수준(functional level)의 영어 능력이 요구되거나 영어를 배우기 위해 합리적인 노력을 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합리적인 노력의 예로 성인이민자영어프로그램(AMEP)의 무료 영어수업 500시간 수강을 거론했다.
아직 구체적인 영어 평가 점수 기준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상당수의 파트너비자 신청자들이 영어를 잘 못하거나 거의 못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분명히 비자 취득에 애로사항이다.
파트너비자 신청자들은 최저 7000달러의 비자신청 수수료와 2년 이상 걸리는 심사 기간, 결혼 사실 관계 증명을 위한 방대한 서류 제출에 더해 영어 평가라는 장애물까지 통과해야 할 처지가 된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급락한 이민유입을 회복시키기 위해 파트너비자 할당 인원을 2019/20년 약 4만7000명에서 2020/21년 7만2300명으로 급증시킬 것이라는 정부의 이민정책과도 역행하는 조치다.
호주인들은 이제 사랑을 확인하기에 앞서 상대방의 영어 실력을 먼저 검증해야 할 듯 하다. 외국인이 호주인과 사랑에 빠져 결혼할 수는 있지만 호주에 들어와서 영원히 동고동락하기 위해선 영어 실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에는 국경도 없다’는 말이 무색해진다.
정부는 이런 변경 조치가 비영어권 배우자의 영어습득을 지원하고, 사회적 융화와 경제적 참여를 증진시키며, 가정폭력이나 노동착취 같은 범죄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뛰어난 영어 능력이 호주에서의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을 원활하고 편리하게 해주는 것은 맞지만 소속감 고취와 경제적 참여를 높이기 위한 절대 요소는 아니다.
사회나 정치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는 언어능력보다는 개인의 성격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다. 모국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민자사회에서 경제활동을 하며 호주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기여하는 사람도 상당수다.
배우자비자 신청자들은 호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면서 배우자로부터 영어를 자연스럽고 빠르게 습득할 수도 있다. 범죄 피해도 언어 문제라기 보다는 가해자의 인성이 더 큰 문제라고 봐야 한다. 영어 능력 평가가 비영어권 이민자를 이등시민으로 취급하는 일종의 차별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영어능력 보다 위장결혼이나 비자장사와 같이 파트너비자를 악용하는 신청자나 스폰서의 불법행위를 발본색원하는데 행정력을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호주 영주권 취득 문호가 갈수록 좁아지면서 가장 손쉬운 영주권 취득 방법인 파트너비자를 악용하려는 수요도 갈수록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