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국민유권자연대 우편투표 도입촉구 청원추진위원회’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250만 재외국민 유권자를 위한 우편투표 도입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을 지난 11월 10일 제출했다.
해외 한인동포 14명 공동대표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올 4월 실시된 21대 총선 재외국민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한데 대한 해법으로 우편투표 도입을 요청한 것이다.
4월 총선의 재외선거 등록 유권자는 17만 1959명이었지만 전 세계 55개국 91개 재외공관 투표소가 폐쇄돼 50.7%에 해당하는 8만 7252명이 투표권을 박탈당하는 반쪽짜리 선거였다. 이로 인해 4월 총선 재외국민 선거 투표율은 등록자 대비 23.8%로 추락하며 2012년 재외선거 도입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호주의 시드니총영사관 관할 지역도 개설 예정이었던 퀸즐랜드 브리즈번과 시드니 스트라스필드의 재외투표소가 운영되지 않으면서 투표율은 등록자 대비 32.3%, 선거권자 대비 2.2%에 그쳤다.
해외 유권자 절반 이상이 가만히 앉아서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인 참정권을 강제로 빼앗기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청원추진위원회가 나선 것이다.
이제 국가별 청원추진위원회는 우편투표 도입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해외 공관과 한국 정부, 국회 등에 전달하며 선거법 개정 운동에 힘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청원추진위원회가 우편투표 보다 더 선진적이고 편리한 전자투표를 간과한 점은 아쉽다. 코로나는 우리의 삶을 ‘디지털 세상’으로 급변시키고 있다. 이제 거의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소통 거래되는 시대다. 선거 문화도 이를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세계 선거 정보 포털사이트인 ‘아웃 오브 컨트리 보팅'(Out of country voting)에 따르면 재외선거를 도입한 100여개 국가 중 52개국이 비대면 방식으로 투표를 치른다. 이들 중 27개국은 우편과 팩스, 디지털 등 복합 투표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호주에선 NSW가 2011년부터 주총선에 전자투표(iVote)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2015년 주총선에선 25만여명이 전자투표를 이용했다.
NSW는 전자투표 이용 자격을 시력 언어 거동 등이 불편한 장애인, 투표소에서 20km 이상 떨어진 거주자, 투표일에 다른 주나 해외 체류자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런 유권자들이 선거일 오후 1시 전까지 선관위 운영 전자투표 웹사이트이나 전화를 통해 전자투표를 신청하면 고유번호(iVote number)가 발급된다. 이 고유번호와 자신의 비밀번호를 이용해 온라인이나 전화로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를 하면 영수증과 QR코드가 나온다. 이를 이용해 전자투표 확인 앱(iVote Verification App)이나 전화를 통해 투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호주 연방정부도 전자투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뉴노멀은 전자투표 현실화를 앞당기고 있다. 보안이나 사생활 보호가 전자투표 도입 거부의 명분이 될 수 없는 세상이 됐다.
전자투표는 재외선거의 접근성과 편의성 문제를 한방해 해결해 등록률과 투표율을 대폭 높일 수 있는 가장 적합한 투표 방법이다.
유권자들이 참정권을 제대로 행사하고 권익을 증진할 수 있도록 선거법은 하루 빨리 개정돼야 한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