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윤석열 찍어내기’,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을 배신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 결정을 문재인 대통령이 재가하면서 한국 헌정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직무가 정지됐다.

전 세계가 코로나19을 차단하고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 와중에 벌어진 한국 민주정부의 독재적 검찰총장 징계 행태는 충격적이다.

대통령도 연루된 정권의 각종 부정부패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를 차단하기 위한 ‘검찰 개악’을 ‘검찰 개혁’이라 참칭하며 막무가내로 법치를 유린하는 권력의 폭력이 애처롭다.

역대 한국 대통령들이 영어의 몸이 되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가족이 처벌되는 등 집권 후에 불행했던 것은 무소불위의 권력 남용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신중하고 절제되게 사용해야 할 권력을 권력자 개인이나 친위대 집단의 사익을 위해 사용하면 기다리는 것은 사필귀정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공작, 유재수 비리 비호, 라임·옵티머스 펀드 사기, 월성 1호기 평가 조작 등 정권의 심각한 불법행위를 덮기 위해 검찰조직을 마음대로 요리해왔다.

박근혜 정권의 적폐청산에 앞장섰던 윤석열 총장이 문재인 정권의 비리에도 칼을 겨누자 개혁이란 포장을 씌워 칼날을 꺾는 반미주적 작태까지 서슴지 않았다.

게다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설치해 검찰과 야당을 견제하고 현 정권 비리 관련 사건들을 깔아뭉개려 한다는 의혹도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는 집권세력의 재임 중 불법행위에 면죄부를 주고 야당을 핍박해 정권유지를 지속시키기 위해 법과 권력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처사다.

촛불혁명으로 태어난 민주정부를 자칭하는 정권에서 천인공노할 일을 자행하면서 입으로는 공정과 정의를 태연하게 말하는 인면수심의 이중성에 소름이 돋는다.

윤석열 총장은 정직 집행정지 신청과 징계 취소 소송에 들어갔다. 불법부당한 조치를 적법한 절차에 따라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한국이 지금까지 이뤄온 민주와 법치의 위상을 가늠해볼 시험대이다. 문재인 정권의 뜻대로 끝난다면 한국의 민주와 법치는 권력자를 위한 도구에 불과한 수준임이 확인되겠지만, 윤 총장이 뒤집기에 성공한다면 민주와 법치가 제대로 작동하는 역사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권력자가 사정기관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진정한 민주 국가와는 거리가 멀다. 사정기관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집단은 권력과 금력을 가진 사람과 집단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분연히 일어선 촛불집회를 통해 문재인 정부는 탄생했다. 2016년 11월 12일 시드니 하이드파크에서 시작된 호주 촛불집회는 다음해까지 8회에 걸쳐 열렸다.

촛불집회 참석자들은 ‘이게 나라냐’면서 ‘사람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탄핵과 하야를 목청껏 외쳤다. 상식과 기본이 통하는 사회를 고대한 촛불의 열기와 분노 속에 태동한 정권이 이제 편가르기와 내로남불 속에 독재의 길을 가고 있다.

박근혜 정권 때보다 더 무서운 헌정유린에 국가와 국민은 분열되고 민주와 법치는 길을 잃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신을 배신했다. 촛불은 다시 타올라야 한다.

권상진 기자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