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경제위기로 실업률이 치솟는 반면 농가의 인력난이 가중되자 워홀러비자(working holiday maker visa) 필요성을 두고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호주의 6월 실업률이 22년만의 최고인 7.4%를 기록하며 실업대란이 현실화되자, 호주 노조들은 해외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워홀러비자 폐지를 연방정부에 요구했다. 호주 농가들이 농작물 수확을 위해 워홀러 대신 지방이나 시골의 호주 젊은이들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들은 농업이나 원예업에서 일하는 워홀러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재정적, 성적, 심리적 학대 행위도 워홀러비자 폐지의 주요 이유로 제시하며 “공정한 임금과 대우를 해주면 호주 젊은이들도 충분히 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호주신선식품연합(AFPA)은 워홀러비자 폐지가 경제에 130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하고 야채와 과일 가격을 60%까지 상승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농업과 원예업에 종사하는 워홀러가 해마다 약 13만명에 달하는데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워홀러가 약 5만명 감소했다고 한다.
국경과 주경계가 봉쇄되면서 해외의 워홀러 유입은 고사하고 국내 워홀러들의 다른 주로 이동 제한도 농가 일손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노조의 지적처럼 호주의 농업과 원예업이 해외 노동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것은 맞다. 이 분야 노동력의 최대 80%를 해외 근로자들이 차지한다. 이 해외 노동력을 호주인 근로자로 채울 수 있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워홀러 고용으로 인한 부작용도 해소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최상의 결과를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이는 결국 농민들이 시골이나 지방의 호주인을 고용하기 위해 “공정한 임금과 존중”을 제공할 능력이 되는지, 호주인들이 힘든 육체 노동을 기꺼이 감내할 의지가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다.
문제는 농민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고임금의 호주인을 고용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전국농민연합(NFF)이 “호주에선 농업에 필요한 근로자가 충분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이런 여건들을 종합한 결과일 것이다.
노조는 워홀러비자 폐지 대신 태평양 연안 도서 국가의 근로자들이 호주 농가에서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계절근로제(SWP) 확대 시행을 지지했다. 하지만 계절근로제가 워홀러 인력 공백을 메우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워홀러에 대한 저임금과 불법행위를 이유로 워홀러비자를 폐지하자는 것도 지나치게 성급하고 근시안적인 발상이다. 이런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 정부나 관계기관에 책임을 묻고 개선안을 마련해 시행하는 것이 우선 순위이다.
워홀러비자는 현재 호주 농업과 원예업의 일손 부족을 해결해주는 핵심적인 인력 공급원이다. 게다가 워홀러들은 호주 대도시의 힘들고 위험한 일자리에도 많이 종사하며 활력소 역할을 한다. 장단점을 고려하고 대안을 마련한 뒤 코로나 사태 이후를 대비해야 한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