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실업률 급락에도 코로나 고용시장 회복은 갈 길 멀다

호주통계청이 17일 발표한 8월 호주 실업률이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대폭 하락했다. 8월 신규 일자리가 11만 1000개 추가되면서 호주 실업률은 7.5%에서 6.8%로 0.7%포인트 급락했다. 호주 총 취업자도 1250만명을 넘으며 고용시장이 2018년 7월 수준으로 회복됐다. 청년 실업률도 16.3%에서 14.3%로 크게 떨어졌다.

8월 실업률 하락은 임금 근로자 보다는 계약직 하청업자와 자영업자의 증가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면 코로나 사태로 최근 호황인 온라인 가정음식배달업을 위해 일하는 배달업자들은 임금 근로자가 아니라 계약한 하청업자들이다.

기업들이 임금과 부가수당, 퇴직연금 등 직원 유지비용 부담이 높은 정규직 고용을 기피하는 대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는 계약직과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근로활동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성향이 반영됐을 수도 있다. 이는 임시직과 계약직 고용이 늘어나는 긱 경제(gig economy) 일자리 증가 현상이다.

긱 경제의 일자리는 호주국세청의 싱글터치 페이롤(Single Touch Payroll) 시스템을 통해 임금 지급을 신고하는 임금일자리지수(payroll jobs index)에 대부분 반영되지 않아 전문가들도 파악이 어렵다. 8월 임금일자리지수는 1.2% 하락했다. 이는 상당수의 실직자가 발생했다는 의미지만, 임시직이나 계약직 신규 일자리가 이런 전통적인 근로자의 실직 규모를 훨씬 능가했다는 것이다.

하청업자와 자영업자 일자리 증가는 고용시장 회복의 조짐일 수도 있지만 취약한 노동시장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개인들의 노동시장 참여가 증가하고 신생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경제에 활력소를 제공하는 희소식이다.

하지만 다수의 근로자를 고용하는 든든한 기업이 줄고 각자도생 하기 위한 개인기업과 파트타임 근로자가 늘어나면 업무시간도 줄어든다. 실업률 급락에도 8월 전체 취업자들의 업무시간이 0.1% 증가에 그친 것도 이를 입증한다.

게다가 업무시간이 제로인 근로자와 구직 활동 포기자까지 실업자로 집계하는 효과적인 실업률(effective unemployment rate)은 8월 9.8%에서 9.3%로 하락하는데 그쳤다. 8월 한달간 업무시간이 제로인 호주 취업자는 21만5300명에 달했다. 이들은 일하지도 않는데 취업자로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시간 일하고 싶지만 못하는 불완전고용률은 11.2%이다. 실업률이 노동시장 실태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는 현실은 실직자들의 엄청난 구직난 호소로 나타나고 있다.

연방정부의 고용유지보조금(JobKeeper)과 실업수당보조금(JobSeeker) 지원이 단계적으로 삭감되는 10월부터 노동시장은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다.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해온 기업들 중 일부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직원 해고나 파산을 선택해야 할 것이다.     

연방 재무부와 호주중앙은행의 전망대로 올 연말 실업률이 10%까지 치솟을 가능성은 낮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의 실업률 상태를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