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베리지클리안 NSW 주총리, 변명 보다 사임이 깨끗하지 않을까

글래디스 베리지클리안 NSW 주총리가 각종 불법 혐의로 독립부패방지위원회(ICAC)의 조사를 받고 있는 데릴 맥과이어 전 NSW 주의원과 내연관계를 맺었다가 정치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15년 4월부터 재무부 장관직을 수행하다가 마이크 베어드 주총리의 사임으로 총리직에 오른 베리지클리안 주총리는 2019년 NSW 주총선에서 자력 정권 연장을 성취한 뒤 산불 참사와 코로나 재앙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는 유능한 리더십으로 유권자들의 두터운 신뢰와 지지를 받아왔다.

그러나 천당을 오가던 그의 정치인생은 권력을 이용해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를 받으며 2018년 8월 주의원직을 불명예 사퇴한 맥과이어와 2015년부터 2020년 8월까지 5년간 연인관계로 지낸 사실이 공개되면서 지옥으로 추락하고 있다.

1999년부터 2018년까지 와가와가 지역구 자유당 주의원이었던 맥과이어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자유당 원내총무를 지냈으며, NSW 의회 정무차관과 아시아태평양 친선그룹(NSW Parliament Asia Pacific Friendship Group) 회장으로도 활동한 실세였다. 게다가 재무부 장관과 주총리란 권력의 정점에 있는 여성을 연인으로 두고 있었다.  

그는 이런 막강한 공직을 이용해 다수의 부동산 개발과 불법이민 로비를 중개하며 부정한 사익을 편취한 혐의로 독립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맥과이어의 비위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그의 독직혐의를 올 9월 21일부터 공개 조사하기 시작한 독립부패방지위원회의 키펠작전(Operation Keppel)을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맥과이어는 독립부패방지위원회 조사에서 자신과 동료들의 돈을 벌기 위해 본인의 주의원과 정무차관 지위를 이용했음을 인정했다. 그는 중국인의 불법 이민 스폰서를 중개하고 현금 수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일부 사업자와 동료 장관들의 만남을 중개하며 자신의 주의원실을 자신의 사업을 위한 네트워크 장소로 이용했으며, 부동산업자에게 베리지클리안 주총리의 연락처를 알려주거나 만남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베리지클리안 주총리는 맥과이어의 불법행위에 대해 알지 못했고 알 필요도 없었으며 자신은 아무런 잘못이 없었다는 식의 주장으로 야당의 주총리직 사퇴 요구를 거부했다. 스콧 모리슨 연방총리를 비롯해 NSW 자유당 의원들의 신임을 바탕으로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했다. 노동당이 제기한 불신임안도 상하원에서 부결됐다.

베리지클리안 주총리는 정말 연인이었던 맥과이어의 불법행위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을까. 다른 사람들에겐 보이는 불법혐의가 그에게만 보이지 않은 것일까. 맥과이어가 아무런 잘못이 없어 보였다면 왜 계속 사귀지 않았을까.

NSW 주정부와 주민들의 재산과 생명 보호 의무를 가진 공직자로서 행동규범과 이해상충에 어떤 위반도 없었는가. NSW 주정부와 주민들의 이익 보다 맥과이어의 이익을 앞세운 결정은 없었는가. 돈에 눈먼 맥과이어가 막강한 권력을 이용하려는 모든 유혹을 거부할 수 있었을까. 합리적인 의심이 꼬리를 문다.

특히 맥과이어가 부정혐의로 2018년 정계를 떠난 뒤에도 그와의 내연관계를 지속한 것은 주총리로서의 해명과 자질에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공직자로서 올바른 청렴성과 도덕성을 갖춘 지도자였다면 늦어도 그 때엔 관계를 청산했어야만 했다.

독립부패방지위원회의 조사를 통해 맥과이어의 부정행위와 베리지클리안 주총리의 리더십은 심판대에 올랐다. 베리지클리안 주총리는 과연 NSW 주민들과 NSW를 위해 부끄럽지 않은지 묻고 싶다. 깨끗하게 물러서는 것이 개인의 이미지나 호주 정치 발전을 위해 더 유익할 수 있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