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외교관 김모씨의 현지 남자 직원 성추행 혐의가 3년간 원만하게 해결되지 않다가 양국 간 외교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김씨는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던 2017년 말 뉴질랜드 국적의 직원을 세차례 성추행한 혐의를 받다가 2018년 2월 임기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임했다.
올 7월 말 자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문재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 문제를 제기한 뒤, 필리핀 총영사로 근무하던 김씨는 8월 중순 문책성 인사를 통해 귀임 조치됐다. 그는 이와 관련해 2019년 감봉 1개월 경징계를 받았다.
뉴질랜드의 법원은 올 2월 김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김씨가 뉴질랜드로 돌아와서 경찰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협조 요청을 했지만, 한국 외교부는 외교관 면책특권과 무죄추정의 원칙을 앞세워 김씨를 비호해왔다.
피해자는 김씨가 세번에 걸쳐 자신의 엉덩이, 사타구니, 가슴을 손으로 움켜잡았다며 성추행을 주장하는 반면 김씨는 피해자의 신체 부위 접촉 사실은 인정하지만 성추행 의도와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외교관 한명의 비행과 정부의 늑장대응이 국가에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는지 잘 입증한다. 또한 미투 운동에도 불구하고 정신 못 차리는 한국 고위 공직자들의 퇴행적인 성인지 감수성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먼저 김씨와 같은 함량 미달자가 한국의 얼굴 역할을 하는 외교관으로 선발돼 국록을 축내고 있음이 부끄럽다. 국가의 위상과 품격을 높이는데 기여해야 할 외교관이 도리어 국격을 추락시키고 국가 망신을 자초했다.
김씨는 성추행 혐의를 진정 부인한다면 자진해서 뉴질랜드로 돌아가 정정당당하게 모든 혐의에 대해 조사받고 소명하는 것이 옳다. 범죄를 저질렀다면 당연히 합당한 죗값을 치를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것이 공직자로서의 자신과 국가를 위한 결자해지의 자세이다.
정부도 범죄 혐의자를 감쌀 것이 아니라 제대로 조사 처벌받게 해서 정의 구현과 법치 존중 정신을 솔선해야 한다. 이는 국민들에게 준법의식을 함양시키고 외국에 모범적인 선진국의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특히 면책특권을 범죄 은닉이나 처벌 회피를 위한 도구로 악용하도록 부추겨선 안된다.
문재인 정부는 ‘내 편’의 성범죄에 유별나게 관대하고 취약한 악습을 근절하기 위해서도 이번 사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모든 공직자에 대한 엄격한 성교육을 실시하고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강제추행이든,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든 일벌백계로 다뤄야 한다. 말만이 아닌 행동이 필요하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