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농가 인력난 해소 위한 불법체류자 사면은 위험한 발상이다

농민들과 일부 주정부가 채소와 과일 수확기의 농가 인력난 해소책으로 불법체류자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연방정부는 불가 입장을 밝혔다.

농민들은 불법체류자들이 추방 우려 없이 농가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연방 고용부 장관은 “정부가 엄격히 지켜온 강력한 비자와 이민 법규를 무시해도 된다는 위험한 메시지를 전해줄 수 있다”면서 반대했다.

그러자 빅토리아농민연합(VFF)은 연방정부가 결국 불공정하고 비윤리적이며 유지불가능한 모델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사기 인력 알선업체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올바르고 적법한 임금을 지급하는 농가들을 저해하는 원예농 임금 암시장을 지원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빅토리아 주정부와 서호주 주정부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심각한 농가 인력난 해결을 위해 음지에 숨어있는 불법체류자를 양지로 끌어내 사면해줄 것을 건의했다.

연방정부는 현재 약 8만6천명의 불법체류자들이 호주에 체류 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10년 5만3900명, 2017년 6만4600명 등 해마다 불법체류자는 증가세다.

농가들은 이런 불법체류자들에게 호주에 적법하게 체류할 자유를 주는 대신 수만명의 원예업 일손 부족난 해결에 도움을 받자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체류자 사면은 호주 국민들의 준법의식을 약화시키고 외국인의 불법체류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에서 악영향이 우려된다.

불법체류자 사면은 외국인들에게 호주에서 버티면 영주할 기회가 온다는 잘못된 생각을 심어줘 가뜩이나 증가세인 불법체류를 조장하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게다가 호주를 선진사회로 유지시켜주는 근간인 엄격한 준법의식도 훼손할 수 있다. 한번 흐트러진 사회 기강은 원상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현재의 높은 실업률과 영주권 취득의 어려움도 감안해야 한다. 9월 호주 실업률은 6.9%, 청년실업률은 14.5%로 고공행진 중이다. 농가들은 먼저 일자리가 필요한 내국인들과 적법한 비자소지자들을 고용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들에게 적정 임금과 대우를 보장하고 유치하는데 우선권을 둬야 한다. 불법체류자나 이민자들을 저임금으로 착취하면서 이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

영주권을 힘들게 취득하는 이민자들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갈수록 좁아지는 이민문호를 뚫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는 선량한 이민자들이 수두룩한데 불법체류자에게 영주권을 선뜻 허락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정부는 대도시의 남아도는 인력과 일손부족 농가를 원활하게 연결해줄 홍보와 접촉 통로를 마련해주야 한다. 농가에 인력을 소개해주는 인력알선업체에 대한 투명한 관리와 감시도 동반돼야 한다.

농가 인력난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 잠시 어렵다고 해서 불법을 눈감아주는 것은 법치주의의 근간을 허무는 위험한 발상이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