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정부가 코로나 불황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은행을 포함한 금융기업들의 복잡하고 까다로운 대출 심사 규정을 완화해 보다 쉽고 신속한 대출이 가능하도록 법규를 개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출자의 대출금 상환 능력 검증 절차를 간소화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등의 대출 관련 법안을 개정할 것이라면서 개정안 하에서도 강력한 소비자 보호방안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회에서 통과되면 내년 4월부터 발효될 이 개정안은 현재의 금융기업들에게 부과된 주의 의무를 대출자들의 책임 부담으로 대체시킨다.
대출금 상환 능력 미달자에게 대출을 차단하도록 검증해야 하는 은행의 심사 의무는 대폭 제거해주는 대신, 현재와 같이 많은 개인 정보를 은행에 제출할 필요가 없어지는 대출자들의 정확한 정보 제공 책임은 강화시킨다.
대출자들이 제공하는 자료에 근거해 은행이 쉽게 대출해주지만, 나중에 대출자의 원리금 상환이 연체돼 부실대출이나 악성채권으로 문제가 되면 은행 보다는 대출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를 감안하면 현행 신용법은 구식이라면서 과도한 대출 규제를 줄여 가계와 중소기업을 위한 신용 흐름에 걸림돌이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 경기 회복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과 같은 불황을 맞아 지나치게 경직적인 금융권의 대출 관행을 바꿔 경제에 피와 같은 현금의 공급과 흐름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은 원론적으론 수긍이 간다.
하지만 이는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촉발시킨 금융권의 방만한 대출 관리와 소비자의 무분별한 빚내기 관행을 통제하기 위해 도입한 법규의 원래 취지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의 묵인하에 금융사들이 자격미달 고객에게 고위험 대출 상품을 대거 판매하는 도덕적 해이로 발생된 금융위기의 막대한 피해를 선량한 국민들이 떠맡아야 했던 것이 불과 10여년 전이다. 정부는 불황 탈출을 핑계로 금융권과 대출자들을 과신해선 안된다.
2018년 금융권 특검을 통해 드러난 거대 금융기업들의 고객 약탈 실상은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돈벌이에 눈먼 금융기업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불법도 서슴지 않았다. 주택대출과 금융상품 판매 관련 사기, 뇌물수수, 서류조작과 무자격자 대출, 감독기관 허위보고와 부정 은폐 등 각종 비리 백화점과 같았다.
모기지 대출자들도 금융기업에 여전히 과장 허위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해 투자은행 UBS의 조사 결과에서 확인됐다. 주택대출 신청자의 37%가 소득을 과대평가하거나 비용을 과소평가하고 있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의문이다. 이번 개정안이 금융권의 건전한 대출관행 정착이나 금융당국의 감시감독 기능을 약화시켜선 안될 것이다.
권상진 편집국장 syd@ilyo.com.a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