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읽고 싶은 시(詩)

예로부터 사람들은 시를 쓰고 감동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한다. 시는 인간의 언어로 빚어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외로울 때 시를 쓰고 슬플 때나 고난 중에서도 시를 쓴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시를 쓰고 기쁨과 행복의 절정에서 시어가 문득 구름처럼 바람처럼 스쳐가기도 한다. 벅찬 감동이나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을 시로 남기기도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시는 인간의 내적 감동이나 마음으로 본 것들을 상징적, 함축적인 어휘와 시적 운율로 표현하는 언어 예술로서 모든 문학의 정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시를 사랑하는 사람, 시를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의 가슴 속에는 남이 쉽게 들여다 볼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시집하나 들고 다니다가 한 줄의 시에 감동하여 가던 길을 멈춰서는 사람의 마음의 깊이를 우리는 쉽게 알지 못한다. 성경에도 시가 많이 나온다. 특히 시편은 주옥같은 시를 모아 놓은 시집과도 같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 시집의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다.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에겐 성경을 대할 기회가 극히 적기 때문에 그토록 아름답고 찬란한 시들을 감상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시편에 참 아름다운 시들이 많이 있지만 그 중 시편 23편은 우리나라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 만큼이나 널리 애송되고 있는 시이다. 선교지에서 때로 힘들 때 낙심될 때 나는 이 시편 23편 앞에 서기를 좋아한다.

언제인가 이멜을 주고받는 외국 크리스천 친구가 ‘다시 읽는 시편 23편 (Reviewing Psalm 23)’ 이란 짧은 해석을 보내왔는데 단순하지만 이 시를 대하는 특별한 통찰력이 있었다. 주안의 친구들과 이 시를 함께 나누고 감상해 보고 싶다. 한번 소리내서 읽어보면 이 시의 느낌과 정서가 한층 더 가슴으로 깊게 파고든다. 핵심 감상 포인트와 의미를 괄호 안에 적어 보았다. 시편 23편과 같은 헌신의 시들은 픽션이나 논픽션 시들과는 달리 감상해야 한다. 이 시를 시로서 좋아하는 감상의 차원을 넘어, 성경에 나오는 진리의 말씀들을 내가 따르고 좋아하는지 스스로 평가하는 것이다. 시편은 모든 기독교인의 경험과 믿음을 재확인하기 좋은 책이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관계 That’s relationship),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 (공급 That’s supply), 그가 나를 푸른 풀밭에 누이시며 (휴식 That’s rest), 쉴 만한 물 가로 인도하시는도다 (새 힘 That’s refreshment), 내 영혼을 소생시키시며 (회복 That’s healing), 자기 이름을 위하여 (목적 That’s guidance and purpose), 의 길로 인도하시는도다 (안내 That’s guidance), 내가 사망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도전 That’s challenge), 해를 두려워하지 않을 것은 (보증 That’s assurance), 주께서 나와 함께 하심이라 (믿음 That’s faithfulness), 주의 지팡이와 막대기가 나를 안위하시나이다 (보호 That’s shelter), 주께서 내 원수의 목전에서 내게 을 차려 주시고 (희망 That’s hope), 기름을 내 머리에 부으셨으니 (성별 That’s consecration), 내 이 넘치나이다 (풍성함 That’s abundance),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축복 That’s blessing), 내가 여호와의 에 영원히 살리로다 (안전과 영원성 That’s security and eternity)

시편은 모든 기독교인의 경험과 믿음을 재확인하기 좋은 책이다. 크리스천의 삶의 경험들을 재확인하고 보장받는 최적의 장소이다. 시편은 믿음과 헌신으로 쓴 시들이기에 우리의 믿음을 개인적으로 적용하게 한다. 그래서 일반 시문학과 다르게 감상해야 한다. 단순한 시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성경에 나오는 진리의 말씀들을 내가 따르고 좋아하는지 평가해야 한다. 시편에는 하나님께 드리는 찬양의 시들, 낙심 중에 있는 자들의 고민을 다뤄주고 새 힘을 주는 시들, 하나님의 속성을 아름답게 표현한 시들과 하늘나라에 대한 소망의 시들로 가득하다. 시편은 실로 하나님께서 믿음의 선진들을 통해 인류에게 주신 가장 복된 시집이다.

위에서 본 시편 23편은 우선 하나님과의 관계를 먼저 정의하고 있다. 그가 나의 목자이시고, 필요를 공급하시고, 휴식과 새 힘을 주시며, 영혼을 회복시키신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외에 인생의 매우 소중한 부분들을 모두 공급해 주시는 목자라고 상징화하였다. 이것은 전적인 믿음이며 의존이고 신뢰이다. 모든 것의 공급자이자 복을 내리는 근원이 하나님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순간 이 시인은 이미 최고의 예배자가 되었다. 누구든지 이런 고백이 있다면 그는 참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는 복된 자리에 선 사람이다. 살아가면서 이런 시를 읽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만 있어도 그의 삶과 마음은 이미 큰 부자가 아닐 수 없다.

안필립 목사
예수교 대한성결교회
베트남 선교사, 교회개척, 고아원
마약자 재활원 & 신학교 운영
2011년  –현재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