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인격적인 관계가 깨지면 비인격적인 존재와 관계를 맺고 거기에 의지하려고 한다. 도박, 술, 섹스, 마약 같은 것에 손을 대고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다가 어느 변곡점을 지나면 다시는 자신의 의지로 끊어낼 수 없는 중독 상태가 된다. 반복되는 악마적 유혹에 코가 꿰어 살아도 산 것이 아닌 돼지우리 같은 처참한 밑바닥 삶에서 뒹굴게 된다. 이곳 마약중독자들도 대부분 부모와의 관계가 깨져있다. 특히 아버지로 부터의 거절감을 힘들어한다. 자신의 존재 자체가 거부되어 모든 의욕이 상실된 채 술과 마약의 늪으로 깊게 빠져든다. 몸과 정신은 처참히 망가지고 미래에 대한 한자락 소망도 남아있지 않다. 오랜 시간 마약으로 모든 것을 잃고 그 사악한 약기운에서 벗어나 보려고 갖은 짓을 다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래서 우리들이 섬기고 있는 마약자 재활원을 찾는다.
어머니나 아버지가 소문을 듣고 아들을 데리고 온다. 처참한 몰골의 아들을 보며 절망하고 가슴을 찢으면서도 바늘 끝처럼 작은 소망을 놓지 않고 마지막 기대를 건다. 국가와 사회로 부터 외면 당하고, 별의별 처방과 옥살이에도 고칠 수 없는 처참한 몰골의 아들을 끝내 놓지못해 등에 업고 울면서 찾아온 발길이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그러나 실낱같은 소망을 가지고 들여보낸다. 그러나 재활원의 철저한 규칙생활, 예배와 기도, 성경읽기, 사랑이 넘치고 서로를 섬기는 공동체 생활을 하다보면 조금씩 변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죄 많고 사악한 자신을 용서하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 안으로 들어온다. 주님의 은혜와 사랑이 찾아와 그들의 메마른 가슴에 강으로 흐른다. 놀라운 복음의 능력이 더 이상 갈 곳 없는 낮은 자들에게 임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도 기득권자들은 복음을 외면하고, 그들의 소유만을 자랑하며 우월감으로 살고 있지만 이 낮은 곳, 고통의 자리엔 주님의 은혜가 흐르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세상의 자랑스런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겐 편협함과 우월감이 차고 넘쳐 안타깝게도 주님의 복음이 들어갈 자리가 없고, 돌아오라고 부르시는 자비한 주님의 음성을 들을 귀가 없다는 것을 이곳에서도 자주 경험한다.
마약 중독자들에게 완치는 없다고들 한다. 그래서 3년 째 끊고 있다, 끊은지 10년 됐다고 말한다. 마약의 유혹이 워낙 무서워 언제 다시 빠질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의 의지와 약물 치료만으론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런 임상경험과 주장은 성령님의 만지심이 있을 때 속절없이 무너진다. 주님의 치유의 손길이 미치면 놀라운 변화가 나타난다. 재활과정에 있는 중독자들은 이것을 기적이라 하고 자신들에게도 임하도록 사모하며 기도한다. 회심하고 성령세례를 받을 때 육체의 회복도 동시에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주님의 은혜로 거듭나고 치료받은 자들에겐 큰 변화가 나타난다. 우선 웃음이 되살아나고,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기도하고 성경 읽고 예배하고 찬양한다. 기쁨과 행복감이 충만하다. 변화 받지 못한 자들은 구석에서 늑대의 눈을 하거나, 초점 없고 무표정하다.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는다. 툭하면 싸우고 작은 일로 시비를 건다. 그러나 변화 받은 사람들은 걸어오는 싸움도 피하고 형제들의 싸움을 말린다.
이런 변화는 충격적이어서 가족들과 고향의 이웃들은 물론 이들을 체포하고 족치던 공안들도 그들의 급격한 변화를 보며 하나님을 경이롭고 두려운 분으로 여긴다. 그들이 하나님의 백성이고 하나님이 그들의 하나님이 되신다는 것을 인정한다. 마약중독자들 가운데 나타난 하나님을 보며 이 민족들도 하나님을 알아간다. 마약쟁이들에게 나타난 기적과 은혜가 이 땅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렇게 3-4년 간 은혜 속에 지내며 마약으로 부터의 치유가 확인되면 졸업하고 자유인으로 활동한다. 졸업증과 지도자의 확인서를 받으면 자유인이 된다. 졸업식은 가족 친지들의 눈물과 기쁨과 축제의 날이다. 어머니와 아내와 자식들, 친구들이 찾아와 끌어안고 울며 아들과 남편과 아빠의 귀환을 기뻐한다. 우리 재활원에선 연 15-20여 명이 졸업한다. 남은 자들은 부럽지만 함께 축복하고 자신들의 졸업식을 기다리며 재활의 의지를 더욱 굳게 한다.
재활원에 남은 청년 하나가 면회 온 엄마를 끌어안고 울고 있었다. 아직 마약 끼가 가득한 아들이다. 처음엔 살기등등하고 엄마에게 눈길도 안주던 아들이 이젠 가지 말라고 운다. 아빠는 발길질하며 나가 뒈지라고 하는데 엄마는 못난 자식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까맣고 빼빼마르고 볼품없어 여성의 아름다움이 사라진 늙은 어미의 품에서 커다란 아들이 울고 있다. 엄마의 사랑보다 아름다운 것이 어디 있을까. 이 애절한 모습을 보며 같이 울었다. 한편 졸업자들 대부분은 하나님의 일꾼으로 헌신한다. 다른 마약자들의 재활을 돕거나 가정교회 지도자로 헌신한다. 신실한 주님의 일꾼이 되어간다. 이것이 낮은 자리 고난의 자리에 나타나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세상에서 스스로 잘나고 높다하는 자들로 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이들에게 임하는 주님의 고귀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