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기도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을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기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바다에 다 와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이문재 시집, 지금 여기가 맨 앞
기도는 어느 성전을 찾아가 무릎을 꿇지 않아도, 그 자리에서 잠시 눈을 감고 한 호흡만 쉬어도 기도하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자녀가, 배우자가 부모님이 또 지인들이 건강하고 평화롭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한 호흡을 들이쉬고 내 쉴 때 그 자체가 기도가 됩니다. 흔히들 어떤 절박함이 눈 앞에 있을 때 기도를 하며 신의 도우심과 은총을 구하게 됩니다. 누군가 심각한 질환으로 병상에 누워있을 때, 자녀가 입시를 앞두고 있을 때, 지금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의 안전과 일터가 제한되어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 때 등등 우리 힘으로 극복하기가 역부족이라 느낄 때 절대적인 힘을 가졌을거라 믿는 신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합니다. 저도 장인어른께서 말기 암으로 병상에 계실 때 절박한 심정으로 매 순간 기도하며 도움을 구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기도 중에 가장 강력한 기도가 부모가 자녀를 위해 바치는 기도라고 합니다. 그 만큼 온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기 때문일 겁니다. 저는 그 기도의 효험을 믿습니다. 제 어머니께서 매일 새벽 우리 자식들을 위한 기도로 하루를 시작하신다는 것을 알고, 그 기도 덕분에 저희가 잘 지내고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머니께 대한 감사가 절로 나옵니다. 물질적인 후원보다 그 기도가 제게는 더 큰 힘과 위안이 됩니다. 이처럼 부모의 기도는 힘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도를 나와 내 가족의 안위만이 아니라 세상의 평화를 위해 해 본다면 어떨까요? 우리 각자가 나를 향한 기도가 아닌 세상을 향해, 모르는 누군가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기도를 드린다면 세상은 서로를 위하는 평화로운 공동체로서의 공간이 될 것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세계 각지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치유를 위해 희생하고 있는 많은 분들 또 사회적 거리 두기 등 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분들을 생각하며 그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 함께 마음을 모은다면 양자물리학의 파동이론이나 나비효과를 빌어 설명하지 않아도 그 마음이 전달되어 그들에게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도하는 내가 먼저 마음의 평화라는 선물을 받을 것입니다.
내 기도가 하늘에 가 닿는다면 나는 어떤 기도를 드리겠는가?
위로가 필요할 때 나는 어떻게 마음의 위안을 얻는가?
잠시 잠깐이라도 두 손을 가만히 가슴에 모으고 눈을 조용히 내려 감고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내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작은 행위가 세상에 평화를 가져옵니다. 하루 한번 한 호흡 만큼 기도하는 시간을 내어 보시면 어떨까요?